인왕산 지락에는 주인 없는 고양이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그들도 서로 영역이 정해져 있는지 어떨 땐 무섭게 싸우며 서로를 할퀴고 물어뜯곤 하더군요. 인간 사회와 마찬가지로 짐승들도 그렇게 치열한 생존 경쟁을 통해 자기의 영역을 확보하려 하나 봅니다.
그런데 가만히 지켜보면 고양이들이 싸울 때는 꼬리를 바짝 세워놓고 있더군요 개들은 반가운 사람을 만나거나 좋은 상황에서 꼬리를 세워서 흔드는데 고양이는 반대였습니다. 경계하거나 싸울 때 꼬리를 치켜드니 말입니다.
개와 고양이가 같이 꼬리를 세우지만 그렇게 꼬리를 세우게되는 상황은 서로 반대되는 상황이니 이 두 종류의 짐승이 서로를 향해 꼬리를 세우고 있다면 서로 간엔 전혀 반대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셈이지요.
한쪽은 싸우겠다고 경계하는 뜻에서 꼬리를 세우고, 다른 한쪽은 반갑다고 꼬리를 세우며 흔드는 것이니 오해도 이런 오해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가만히 보면 우리가 사는 인간 사회에서도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쪽에선 호감을 가지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선 호감은커녕 적대감을 감추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꼬리를 세우고 경계하는 고양이에게 가깝게 다가가며 호감을 나타낼 때 그 결과가 어떻겠습니까? 상대를 오해한 고양이는 그대로 발톱을 세우며 할퀴려 들겠지요. 인간 세상도 마찬가지라서 아무리 내가 호감을 가지고 접근해도 그 호감을 받아들이지 않은 상대도 있는 법이지요. 세상은 그렇게 서로 간의 시각이 다름으로 해서 많은 오해가 빚어지고, 그 오해가 갈등과 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내게 꼬리를 세우고 있는 상대가 고양이인지 아니면 개인지, 고양이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 건지 개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 건지 찬찬히 살펴보면 상대의 심기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는 것도 좋은 공부입니다.
- 정목스님,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p 62 - 63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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