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번역이란 무엇일까요?
혹자는 "원문의 내용을 토시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옮기는 것"으로 정의하기도 합니다. 계약서나 법 조항 등 객관성과 각 단어의 정의가 명확한 문서의 경우에는 당연하지요.
문학 또는 영화 스크립트, 문화 해설서 등은 어떨까요?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큰 주목을 받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했습니다. 물론 영화의 뛰어난 점이 수상의 주요 이유라는 것은 논쟁의 여지가 없지만, 감독의 의도와 맥락을 해외 관객의 눈높이에 맞게 오롯이 전달한 훌륭한 번역 또한 수상의 숨은 공신으로 주목받았습니다.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에 집중하기보단 어떠한 맥락을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은지를 깊이 고민하고 이를 원작자와 논의한 끝에 전달한 결과였습니다.
문학 또는 영화 스크립트 등에서 각 단어는 연상 또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의 역할을 합니다.
다른 국가 관객은 마주치게 되는 한국어를 영어로 음차한 단어가 발음도 어렵고 생소하다면 그 단어는 매개체의 역할보다는 관객의 이성을 자극하는 역할을 먼저합니다 .
그 순간 관객의 감정의 흐름은 끊기고 단어는 감정의 매개체라는 본연의 역할을 상실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번역해야 할까요?
원문이 보여지는 국가 또는 지역의 문화와 그 시대적 맥락, 유행되는 단어군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의 영화의 한 장면을 생각해보죠.
싱가포르 출신의 친한 친구들끼리 약속을 잡는 장면입니다.
한 친구는 전화로 다른 친구에게 “7시는 어때? (How about 7?)”라고 질문합니다. 휴대폰 반대편에 친구는 “Can.”이라고 답합니다.
앞뒤 문맥을 알리지 않고 “Can.”이라는 단어 하나만 보고 번역을 하라고 했다면, 그 번역사는 정말 머리가 아플 것입니다.
“A can 도 아니고 I can도 아니고… 앞에 관사나 주어가 없는 거 확실해?”라고 되묻겠죠?
사실 싱가포르에서는 ‘할 수 있다’ ‘가능하다’는 뜻의 ‘can’동사의 주어를 생략하고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중국어 영향을 받아서 주어를 생략하고 동사만 쓰기 때문이죠. 이처럼, “Can” “Cannot” “Confirm” “Good ar” 등 짧게 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어로 번역할 때도 그렇다면 “네, 가능합니다”라고 딱딱하게 번역하지 않고 “그래” 혹은 “당근이지”처럼 편한 말투로 번역하겠죠?
번역은 도착어의 문법, 단어를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정서, 금기시하는 표현이나 표현의 수위, 문화적 민감도 등을 모두 고려해야 좋은 번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서의 취지 맞게 지역의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원작자의 취지를 오롯이 전달하는 것.
이것이 틴지오브소울이 생각하는 번역의 정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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