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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_스토리 #3] 스토리의 8가지 추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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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journey - 2023.7.9

스토리의 8가지 추진력

 

생각을 스토리화하기까지 인간의 정신은 여덟 가지 강한 지적 능력을 발달시키고 완성했다. 이 능력들을 조화롭게 연주하면,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에 흩어져 있는 사람과 장소와 사물의 인상을 서로 연결해, 우리가 현실이라고 부르는 일관된 집합을 엮을 수 있다. 

 

1. 자기인식

주관적인 핵심 자아와 객관적인 공적 자아를 구분하고 외면의 자아를 마치 별개의 인격처럼 관찰하는 힘이다. 

앞서 살펴봤듯 자기 인식은 최초의 인간 생각과 함께 찾아왔다. 시간이 흐르면 객관적 자아는 바뀌지만, 핵심 자아는 변하지 않고 시간의 바깥에 살고 있다고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객관적인 자아 없이 존재할 수 없음을 자각하고 있기 때문에 객관적 자아의 상실을 두려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른바 사고가 인식을 개조했다. 스토리를 만드는 인간의 정신이 존재에서 의미를, 사후세계에서 믿음을 발견했다. 한 손에 목적을 쥐고 다른 손에 불멸을 쥐고서야 비로서 인류는 시간 안에서 제 자리를 잡았다.

 

2. 타자 인식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 사람 안에도 나 자신과 아주 비슷한 의식이 있음을 감지하는 힘이다.

타자에 대한 자각이 있기에,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것은 무엇이든 타인들의 머릿속에서도 일어난다고 추론할 수 있다. 강한 타자 인식은 감정이입을 일으킨다.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때 마치 나에게 일어난 것처럼 느끼는 공감과 이해의 결합이 곧 감정이입이다. 

인물의 선택과 행동으로 펼쳐지는 것이 스토리이므로, 스토리텔러는 타자 인식을 길잡이 삼아 인물을 창조한다. 

 

3. 기억

경험을 저장하고 상기하는 힘이다.

과거가 미래를 만드는 방식은 이렇다. 기억은 경험의 패턴을 기록하고 공통점으로 묶어 차곡차곡 포갠 다음 "세상은 이렇게 돌아간다."고 되뇌면서 사람과 세계에 대한 이해를 쌓아 간다.

그러면 정신은 미래를 통제해 보려고, 과거로부터 꺼내 온 경험의 패턴을 이용해 역사가 되풀이 되기를 노리며 행동을 취한다. 그러나 효력이 검증됐다고 믿었던 행동이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에 불을 붙여, 결국 기억에 기반해 우리가 느낀 개연성은 결정적인 순간에 폭발하고 만다. 그제야 우리는 정말 중요한 상황에서는 기억이 우리를 배신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이런 개연성의 위반이 모든 이야기를 밀고 나가는 '전환점'이 된다.

 

4. 지능

정신 학습과 일상의 경험에서 고루 지식을 추출하고, 연연적, 귀납적, 인과적 논리를 적용해 사실에 입각한 진실한 결론을 추출하는 힘이다. 

최고의 지능은 또한 오류를 발견하고 논박한다. 스토리텔링에서 설정과 등장인물을 비롯한 콘텐츠를 생성하는 것도 지식이다.

 

5. 상상력

생각지도 못한 가능성으로 현실을 재구성하는 힘이다. 

지식이 낡아 진부해지면 정신은 에너지를 잃는다. 그러나 아무리 석회화된 지식이라도 상상력을 불어넣으면 스스로를 갱신해 유연성과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낡은 스토리를 똑같이 되풀이하다가는 공허하고 지루해질 위험이 크다. 그래서 스토리를 만드는 사람들은 이야기의 방식을 무한 변주 할 수 있도록 상상의 힘에 기댄다. 

 

6. 통찰력

겉모습에 속지 않고 내면의 인과관계를 인지하는 힘이다.

통찰력 있는 정신은 표면의 징후를 읽고, 내부에서 어떤 일을 일으키는 감춰진 힘을 감지한다. 가령 데이터가 변화의 외적 결과를 측정한다면, 통찰은 변화가 어떻게 어째서 일어났는지를 밝혀낸다

뒤에서 차차 살펴보겠지만, 스토리텔러는 이 예리한 시각을 이용해 우리에게 어떤 세계를 보여준다. 우리는 이 세계를 이해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느 순간 그 안의 현실이 열리면서 처음에는 놀라움을, 이어서 그 세계와 그 안에 존재하는 인물들의 '어떻게'와 '왜'에 대한 강한 통찰을 우리에게 전달한다. 스토리가 던져 주는 평생의 통찰이 인간을 개화하고 제도를 일으키고 문화의 생존을 가능하게 한다. 

 

7. 연관 짓기 

창조하는 힘이다.

연관 짓기에 능한 정신은 익숙한 두 가지 사물을 골라 감춰진 연관성을 찾아,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둘을 연결하는 제3의 요소를 발견한다. 이런 유추적 논리야말로 창의성의 진수다. 제3의 요소의 발견이 익숙한 두 가지를 융합해 완전히 새로운 무엇을 만들어 낸다. 단순한 혁신이나 개선이 아니라,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전혀 뜻밖의 무엇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스토리텔링의 거장들은 이전에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새로운 내용과 새로운 형식의 연관 짓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서사(telling)가 아무리 창의적이고 획기적이라 해도, 인간을 풀이하고 인간의 필요와 욕망을 새롭게 조명하지 않으면 최고의 스토리가 될 수 없다. 

 

8. 자기 표현

몸으로 행하는 힘이다. 

자기를 인식하는 정신은 앞서 말한 능력들을 조화롭게 사용해 원인과 결과를 짜 맞추고, 사람과 사건을 스토리 형식 안에 직조하면서, 입체적이고 다중적인 진행형의 현실을 용케 헤쳐 나간다. 스토리 전달은 한 사람의 머리에서 시작해 다른 사람의 머리에서 끝난다. 만들어진 스토리를 타인의 정신이 경험하게 하려면 몸으로 행하고 표현해야 한다. 다른 지적 능력은 이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

오래전 스토리텔링이 생겨나던 시절부터 재능있는 스토리텔러는 불가에 둘러앉은 사람들 앞에서 세 가지 스토리를 시연했다. 사냥, 전투, 환경에 맞선 생존의 액션 서사시, 자연을 지배하는 초자연적인 힘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사후세계의 불멸에 관한 신화였다. 첫 번째 스토리가 문명 발상의 설화가 되었고, 두 번째 스토리는 시공간에 대한 풀이가 되었고, 세 번째 스토리는 세계 종교의 토대가 되었다. 이 세가지 스토리로부터 부족들은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법과 다음 세계를 준비하는 법을 배웠다.

 

스토리로 움직이는 정신

 

인간의 정신은 자신과 우주, 그리고 자신과 과거, 현재, 미래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스토리를 만든다. 스토리의 형식이 혼돈에 질서를 부여하고, '보이는 것'의 수수께끼를 간파해 '존재하는 것'의 원인과 결과를 표현하며, 사건들을 통합해 무의미한 것에서 의미를 도출한다. 스토리로 표현된 지식이 중요한 주제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공동체를 단합시키며 문화를 창조한다. 

그러니 마케팅의 맥락에서 보는 시사점은 이것이다. 스토리화된 소통이 메시지 전달에 가장 효과적인 까닭은 스토리가 인간 정신에 조응하기 때문이며, 스토리가 인간 정신에 조응하는 까닭은 먼저 정신이 실재하는 것을 스토리로 전환하기 때문이라는 점. 동의어의 반복이다. 햄릿의 대사처럼 세상에 "좋거나 나쁜 건 없는데, 생각이 그렇게 만들 뿐"이다. 

그렇기에 오늘날 마케팅의 위기에서 탈출할 길을 제시하는 건 오직 스토리뿐이다. 물론 그 전에 스토리의 구조와 전달에 능통해진다면 말이다. 

 

 


[원문]

로버트 맥키&토머스 제라스, "스토리노믹스",2018, p 67 ~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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