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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_스토리 #5] 스토리에 대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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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화된 마케팅에 능해지려는 CMO는 먼저 기본 질문에 충실한 답변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스토리란 정확히 무엇인가? 스토리의 주된 구성요소는 무엇인가? 이 요소들이 하나의 스토리 안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 어떻게 해야 강력한 마케팅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가? 내가 표현하고 싶은 의미를 이 스토리가 어떻게 만들고 전달할 것인가? 이 스토리가 고객의 머릿속에서 어떻게 펼쳐지는가? 고객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가? 고객에게 선택의 방향을 안내하는가? 그리고 이 점이 가장 중요할 텐데, 과연 이 스토리가 어떻게 고객에게 동기를 부여해서 긍정적이고 수익성 있는 행동을 이끌어 낼 것인가?"

 

'스토리'도 '음악'이나 '미술'처럼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정의하려면 쉽지 않은 단어다. 어째서일까? 따지고 보면, 평생 스토리를 들으며 살아왔고 읊을 수 있는 스토리도 수백 가지는 된다. 우리는 날이면 날마다 친구에게 동료에게 자신에게 스토리를 들려준다. 그래서 스토리가 무엇인지 안다고 짐작하지만, 막상 정의를 내리려면 모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참고 도서들도 썩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옥스포드 영어사전』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즐거움을 주려고 만든 상상 속 혹은 실제 인물이나 사건의 이야기." 일하는 마케터에게 이렇게 분명하지 않은 정의는 있으나 마나다. 도구가 있어도 그것이 무엇인지, 무슨 기능을 하는지, 고장 시 수리는 어떻게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면 그 도구로 일을 할 수 없다.

한술 더 떠 『로제 유의어사전』에는 '담화', '여정' 등의 헷갈리는 단어들이 빽빽하게 열거돼 있다. 이렇게 두루뭉술한 풀이를 마케터가 진짜와 혼동하면 곤란하다. 그러면 전혀 강렬한 스토리를 전달하지 못하는 캠페인인데도 충분히 스토리를 전달한다고 착각하기 쉽다. 경과적으로 캠페인이 실패해도 스토리를 탓할 뿐 애초에 마케터 자신이 제대로 된 스토리를 전달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한다. 

무엇이 스토리인지 명확히 하기 위해 먼저 스토리가 아닌 것은 무엇인지 검토하고, 빈약한 유의어나 잘못된 동의어를 지워 나가 보자. 

 

 

스토리는 과정이 아니다.

자동차 조립라인을 따라 움직이는 자동차 부품들, 볼트 옆에 나사, 그 옆에 리벳 등등은 스토리가 아니다. 제조 공정은 수평적인 과정이다. 스토리가 그렇듯 이런 공정 역시 시작과 중간과 끝이 있고, 열린 상태에서 닫힌 상태로 - 자동차의 경우에는 분해된 상태에서 조립된 상태로 - 움직인다. 

그러나 스토리와 달리 과정 자체에는 욕망이나 갈등이나 '중심인물'이 없다. 따라서 누구의 삶도 감동이나 변화를 겪지 않는다. 과정은 쌓이지만 스토리는 진전한다. 

 

 

스토리는 위계가 아니다.

회사의 스토리를 들려달라고 하면, 단순히 회사의 조직도를 꺼내는 경영진들이 많다. 그들에게 기업의 스토리는 어떻게 업무가 수행되는지, 권력 피라미드를 따라 어떻게 결정과 업무가 상하로 이동하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그러나 회사의 조직은 그저 다른 종류의 과정 - 이 경우에는 수직적인 과정 - 일 뿐이다. 위계는 질서로 혼돈을 대체하지만 아무 스토리도 들려주지 않는다.

 

 

스토리는 연대기가 아니다.

회사의 스토리를 들려달라는 요청에 또 어떤 경영진은 회사의 역사를 읊기도 한다. 

그러나 기업의 연대기, 그 중에서도 특히 투자설명서에 실리는 연혁은 역시나 일종의 과정일 뿐이다. 이 경우는 날짜순으로 누적된 성장 기록을 나열하는 일종의 시간적 과정이다. 

 

 

스토리는 여정이 아니다.

'여정(Journey)'이라는 유행어는 세간에 떠도는 '인생 스토리'의 잘못된 은유다. 당연히 인생은 여정과 다르다. 우리 삶에 패턴이라는 게 있다면, 성공과 사랑과 안정을 추구하면 좌우를 대중없이 오락가락하는 지그재그 정도일 것이다. 

'여정'처럼 완곡한 표현은 주위의 불쾌한 현실로부터 정신을 분리시킨다. 아이들 배변 훈련할 때 쓰는 완곡한 표현처럼 점잔 빼는 사회에나 어울린다. 

그러나 잘 짜여진 스토리의 주인공은 여정에 몸을 맡긴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시공간을 가로지르며 역동적으로 분투하는 인물이다. 

 

 

스토리는 내러티브가 아니다. 

많은 마케팅 캠페인들이 실패작이 된 건 광고 대행사가 내러티브(정해진 시공간 내에서 인과관계로 이어지는 허구 또는 실제 사전들의 연속)와 스토리의 차이를 몰랐기 때문이다. 내러티브는 어딘가 학문적이거나 과학적인 말처럼 들리지만, 비지니스의 맥락에서 보자면 비논리적이고 부정확한 용어다. 이 단어의 사용이 범주적 오류를 범하는 까닭은 이렇다. 모든 스토리는 내러티브다. 그러나 모든 내러티브가 스토리는 아니다. 앞서 거론된 네 가지 부적합한 이름들은 내러티브지 스토리가 아니다

내러티브는 밋밋하고 단조롭고 지루하고 반복적인 사건의 열거가 되기 쉽다. 아무런 긴장감 없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는 사건들로는 고객들에게 변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이와 다르게 스토리는 가치를 에너지 삼아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잘 짜여진 스토리에게는 정신의 빗장이 쉽게 풀린다. 따지고 보면 상상력이야말로 스토리의 본향이 아닌가. 일단 우리 정신의 출입문을 통과하면, 스토리는 정산과 조응하며 받아들여지고 그럼으로써 고객의 선택을 촉발한다. 

혹시 누군가의 '스토리'가 못 견디게 지루하다면 그건 스토리를 듣고 있는 게 아닐 공산이 크다. 스토리였다면 귀를 기울이며 몰두하고 있었을 테니까. 그저 "....그러고는 이런일을 했고, 그다음에 한 일은 저것이고, 이어서 다른 것도 했고,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를 반복하는 내러티브의 고문일 것이다.


[원문]

로버트 맥키&토머스 제라스, "스토리노믹스",2018, p 73 ~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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