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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번역) 브랜드는 왜 문제를 일으키는가? 소비자 문화와 브랜딩에 대한 변증법적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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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입

 

오늘날 브랜드는 새롭게 부상하는 대항문화운동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는 이러한 운동의 등장 배경과 잠재적 영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소비자 문화와 브랜딩에 대한 변증법적 이론을 구축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기존 소비자 저항 이론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먼저, 현대 사회에서 마케터들에게 문화적 권위를 부여해 온 소비자 문화를 바탕으로 형성된 ‘문화 공학’ 브랜딩 패러다임의 발전 과정을 추적합니다. 이 패러다임은 브랜드를 통해 소비자의 욕망을 창출하고 조작하는 데 중점을 두었지만, 그 내부에 내재된 모순으로 인해 점차 그 효과를 상실하게 되었습니다.

 

이어서, 브랜드를 통한 개인적 주권 추구를 지향하는 포스트모던 소비자 문화의 특징을 살펴봅니다. 또한 브랜드를 진정성 있는 문화적 자원으로 인식하는 포스트모던 브랜딩의 다섯 가지 핵심 기법을 상세히 분석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포스트모던 브랜딩 역시 새로운 모순을 야기하며 서구 사회에 반브랜딩 정서를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본 연구는 이러한 모순을 면밀히 검토하여 브랜드를 시민예술가로 바라보는 ‘포스트-포스트모던’ 브랜딩 패러다임의 가능성을 탐색합니다.

 

칼레 라스니(2000)의 분노에 찬 목소리는 글로벌 소비재 기업들의 브랜딩 전략이 사회적으로 파괴적인 소비자 문화를 조장한다는 비판과 함께 강력한 반브랜딩 운동의 출현을 알렸습니다. 북미 지역에서는 라스니의 탐사보도 잡지 <애드버스터즈>, 톰 프랭크(1997, 2000)의 저서, 대안문화 저널 <배플러>, 에릭 슐로서(2001)의 베스트셀러 『패스트푸드의 제국』, 새로운 아메리칸 드림 센터, <어트니 리더> 등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반브랜딩 운동이 미국 대항문화의 핵심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나오미 클라인(1999)의 『노 로고』는 기업의 브랜딩 활동을 무분별한 세계화, 환경 문제, 인권 침해, 문화적 획일화 등과 연결 지어 비판하며 전 세계적인 반브랜딩 운동을 촉발시켰습니다. 이제 브랜드에 대한 저항은 단순한 반체제적 상징을 넘어 뚜렷한 사회운동으로 진화했습니다 (Economist 2001).

 

하지만 기존 마케팅 이론은 브랜드가 왜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합니다. 마케팅 학계는 전통적으로 마케팅과 소비자 간의 갈등을 이론적 범위 밖으로 치부해 왔습니다. 기업이 소비자의 욕구와 필요를 충족시키기보다 이윤 추구에만 몰두할 때 갈등이 발생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마케팅 컨셉트’는 기업이 마케팅 지향적인 경영을 통해 기업과 소비자의 이익을 조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반브랜딩 운동은 마케팅 컨셉트를 충실히 따르고 뛰어난 성과를 거둔 기업들, 예를 들어 나이키, 코카콜라, 맥도날드,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등을 정면으로 비판합니다. 이는 기존 마케팅 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입니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현재 브랜딩 관행에 대한 반발의 원인을 규명하는 소비자 문화와 브랜딩 이론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기업의 브랜드 전략과 소비자의 브랜드 소비 방식 사이의 긴장 관계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새로운 이론적 틀을 제시하는 것이 본 연구의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마케팅 분야의 관련 연구들을 실증적으로 검토하고, 현대 브랜딩 원칙의 역사적 발전 과정을 분석하여 브랜딩과 소비자 문화에 대한 변증법적 모델을 제시합니다. 마지막으로, 반브랜딩 운동을 통해 현재 브랜딩 패러다임과 소비자 문화 사이의 갈등을 분석하고 미래 전망을 제시합니다.

 

2. 문화적 권위 모델

 

경영학 외에도 다양한 사회과학 및 인문학 분야에서는 기업의 마케팅 방식과 소비자의 소비 방식 사이의 긴장 관계를 꾸준히 논의해 왔습니다. 이러한 마케팅 비판적 관점은 오래전부터 기업의 브랜딩 활동이 소비자의 욕구와 행동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소비자 문화’는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 의해 형성된 지배적인 소비 양식을 의미합니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시장의 요구와 소비자의 문화적 틀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소비의 문화적 구조화는 시장 체제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고, 시장을 확장하며, 궁극적으로 산업 이윤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문화적 권위’는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마케터들은 브랜드화된 상품을 통해 소비자의 사고와 감정을 조종하는 ‘문화 공학자’로 묘사됩니다.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기업들은 정교한 마케팅 기법을 이용하여 소비자를 브랜드가 만들어 낸 상품화된 의미 체계에 편입시키려고 합니다. 즉, 소비자 문화는 마케터의 문화적 권위에 대한 소비자의 순응을 기반으로 작동합니다. 소비자들은 기업이 만들어 낸 문화를 내면화하면서 무의식적으로 기업에게 자신의 취향을 형성할 권한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호크하이머와 아도르노([1944] 1996)는 ‘문화 산업’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러한 아이디어의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그들은 대중문화 생산 시스템, 즉 문화를 상품으로 합리화하는 기술의 집합체가 선진 자본주의 사회에서 광범위한 합의를 유지하는 이데올로기적 접착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호크하이머와 아도르노(1996)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급성장한 대중문화 산업, 특히 텔레비전, 소비재, 음악, 영화, 광고 등에 주목했습니다. 당시 현대 소비자 자본주의는 사회적 정체성이 상품을 통해 가장 잘 실현될 수 있다는 이데올로기를 핵심에 두고 있었습니다. 초기 산업 자본주의 시대에는 노동 갈등이나 급진적인 정치 운동으로 표출되었던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이 이제는 대중문화 산업에 의해 무력화되었습니다. 상품화된 주체성은 시장의 이윤 확대와 개인의 정체성 확립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기묘한 동맹을 형성했습니다.

 

하지만 호크하이머와 아도르노는 이러한 새로운 소비자 정체성이 매우 취약하며, 사소하게 차별화된 상품을 선택하는 행위를 통해 형성된다고 비판했습니다. 시장 세분화는 본질적으로 소비자를 분류하고 조직하고 라벨링하는 지배 기술입니다. 제품의 차이는 사소하고 기계적이며, 시장 조사, 세분화, 표적화, 대중 광고와 같은 마케팅 기술은 개성을 말살하고 문화를 획일화합니다. 대중 마케팅은 스타일을 획일화하고, 위험 감수를 억제하며, 최소 공통분모적인 상품을 생산하여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차단합니다.

 

오늘날 스튜어트 이웬(예: 1988)과 조지 리처(예: 1995)는 호크하이머와 아도르노의 문화 권위 이론을 계승하여 마케팅이 브랜드를 통해 소비자 욕구를 효과적으로 통제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이탈리아 이론가 안토니오 그람시의 영향을 받은 다른 마르크스주의 전통은 이에 대해 보다 낙관적인 해석을 제시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케팅 기법에 영향을 받지만, 일부는 저항을 통해 상품의 의미와 용도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케팅의 강압적인 문화 권위에 맞서 개인과 집단은 상품에 독특한 의미를 부여하고 창의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저항합니다. 미셸 드 세르토(1984)와 존 피스크(예: 1989)는 소비자가 마케터의 의도를 벗어나 소비 행위를 통해 상품에 저항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낙관적 관점을 대표합니다.

 

이러한 이론은 대중 커뮤니케이션 및 문화 연구 분야에서 널리 확산되었고, 최근에는 소비자 연구 분야에서도 재해석되어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소비자 문화를 개념화하고 소비자가 규범적 압력에 저항하는 방식을 설명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이론적 틀을 제공합니다.

 

3. 성찰적 저항: 마케팅 영향력 걸러내기

 

제프 머레이와 줄리 오잔(1991)은 호크하이머, 아도르노, 그리고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이론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소비자 문화 모델을 발전시켰습니다. 장 보드리야르(1998)에 따르면, 소비자 문화는 시장이 상품에 부여하는 문화적 의미 체계인 '소비 코드'로 표현됩니다. 이는 위르겐 하버마스(1985)가 말하는 '왜곡된 커뮤니케이션'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하버마스는 이데올로기적 지배를 비판하기 위한 기준으로 이상적인 담화 상황을 제시합니다. 이 상황에서는 모든 참여자가 권위 없이 동등한 발언 기회를 가지며, 이해 가능성, 진정성, 정당성, 진실성의 규범이 지켜져야 합니다. 하지만 마케팅은 마케터가 정보 흐름을 통제하기 때문에 왜곡된 커뮤니케이션 형태를 띠게 됩니다. 마케터가 코드를 만들고 소비자는 그 코드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드 세르토(1984)와 피스크(1989)처럼, 머레이와 오잔(1991)도 이러한 강요된 사회적 의미 체계에 저항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이 체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오잔과 머레이(1995)가 말하는 '성찰적으로 저항하는 소비자'가 되어야 합니다. 즉, 마케팅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이를 통해 소비 과정에서 코드에 저항하는 소비자를 의미합니다.

 

소비자는 코드로부터 성찰적 거리를 확보함으로써, 즉 코드를 의식하고 그 구조화 효과를 인지함으로써 저항할 수 있습니다. 마케터가 부여한 의미를 제품의 실제 사용 가치와 분리하여 생각할 때, 소비자는 코드를 무력화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소비자가 마케팅 메시지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인 사고를 통해 마케팅의 영향력을 걸러낼 때 진정한 소비자 주권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성찰적 저항의 핵심입니다.

 

4. 창조적 저항: 문화 생산자로서의 소비자들

 

푸앗 피랏과 알라디 벤카테시(그리고 니킬레시 돌라키아와 함께)는 10년 이상에 걸친 연구를 통해 해방적 포스트모더니즘을 주장하는 소비자 문화 및 저항 관점을 정립했습니다(Firat and Dholakia 1998; Firat and Venkatesh 1995).

 

이들의 소비자 문화 개념은 머레이와 오잔의 개념과 유사하지만, 역사적 설명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호크하이머와 아도르노(1996)의 논리를 이어받아 마케팅을 전체주의적 체제로 규정합니다. 이 체제는 합리화 과정을 통해 대규모 소비자를 형성하는 '파놉티콘'처럼 작동합니다.

 

이러한 논리 속에서 소비자는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존재로 간주됩니다(Firat and Venkatesh 1995, p. 255). 피랏과 벤카테시는 다른 모든 엘리트 권력이 쇠퇴하는 와중에도 마케터는 여전히 현대 사회생활을 지배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해방적 관점은 포스트모더니티에서 점차 다양해지는 생산적 소비 형태가 마케터의 지배력을 약화시킨다는 개념에 기반합니다. 소비 스타일이 다양해짐에 따라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시장의 지배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미래를 예측합니다.

 

소비자들은 미시적 해방 실천, 즉 시장이 결정한 주체성을 탈중심화하고 파편화하는 활동을 통해 점진적으로 마케터의 통제를 약화시킵니다(Firat and Venkatesh 1995, p. 255). 동질적인 시장이 전체주의적이라면, 다양한 시장은 기업이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를 통제할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이 관점은 오잔과 머레이(1995)의 주장과 유사하지만, 피랏과 벤카테시는 저항을 위해 합리적인 분석이 필수적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현대 사회는 이미 다양한 형태의 저항으로 가득 차 있다고 주장합니다.

 

마페솔리(1996)의 이론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이 시장의 강요와는 별개로 자신들만의 문화를 생산하는 사회적 공간을 찾아 마케터의 지배를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주장합니다. 이 공간에서 소비자는 시장이 정해 놓은 정체성 대신 스스로 정체성을 끊임없이 재구성합니다.

 

피랏과 벤카테시(1995)는 포스트모던 소비자 저항을 파편적이고 비구속적인 생활 방식을 통해 자아와 문화를 생산하는 행위로 봅니다. 이러한 유목적인 생활 방식은 시장의 영향력이 줄어든 사회적 공간에서 번성합니다.

 

오잔과 머레이(1995) 또한 유사한 주장을 펼칩니다. 소비자가 기존 가치에 반하는 상징적 의미를 변화시켜 마케터가 심어 놓은 코드에서 스스로 해방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마케터는 이러한 저항을 다시 전유할 수 있기 때문에 저항은 끊임없이 재조정되어야 합니다(Ozanne and Murray 1995, p. 523).

 

두 이론 모두 소비자 문화와 저항을 논할 때 동일한 근본적인 은유를 공유합니다. 소비자 문화는 상품을 통해 제한된 정체성을 강요하는 문화적 권위입니다. 기업은 브랜드를 통해 소비자가 접근할 수 있는 정체성과 즐거움을 규정하는 문화 공학자로 묘사됩니다. 따라서 이 이론들은 소비자가 문화적 권위로부터 해방될수록 시장 지배에서도 벗어난다는 급진적인 정치적 입장을 지지합니다.

 

머레이와 오잔(1991)은 마케팅 체계를 전능한 것으로 묘사하지만, 합리적 성찰성을 통해 소비자가 이러한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피랏과 벤카테시(1995)는 마케팅을 전능하지만 포스트모던 소비자의 파편화와 자기 생산적인 소비로 인해 필연적인 쇠퇴를 맞이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관점에 대한 비판과 수정을 제기합니다. 먼저 일상적인 소비 실천 사례 연구를 통해 피랏과 벤카테시의 내러티브에 도전하는 거시적인 역사적 설명을 제시할 것입니다.

 

문화적 권위 내러티브는 1950년대 현대적인 브랜딩 현상을 설명하는 데는 적합하지만, 지배적인 포스트모던 패러다임과 반브랜딩 운동을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대신 현대 브랜딩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긴장을 설명할 수 있는 대안적인 프레임워크를 제안할 것입니다.

 

5. 연구 방법

 

소비자 문화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저는 소비자 문화가 구조화하는 현상, 즉 일상적인 소비 실천에 주목합니다. 거시적인 개념을 검토하기 위해 미시적인 수준의 자료, 즉 사람들의 소비 이야기를 분석합니다. 이를 위해 확장된 사례 방법(ECM: extended case method)의 논리를 따릅니다.

 

ECM은 1950년대 맨체스터 학파 사회인류학에서 시작된 연구 방법으로, 해석적 관점에서 시장과 문화에 대한 거시적인 질문을 탐구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됩니다. 사회학자 마이클 부라워이가 ECM의 대표적인 주창자입니다. ECM은 특정한 데이터 수집 기법이라기보다는, 해석적 연구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자료(현장 관찰, 인터뷰, 1차 자료, 보관 문서 등)에 적용되는 분석 논리입니다. ECM은 부라워이가 '해석학적 과학'(Burawoy 1998a) 또는 '성찰적 과학'(Burawoy 1998b)이라고 부르는 개념에 기반합니다. 해석학과 달리 ECM은 설명력 있는 발견적 개념 프레임워크 구축을 목표로 하며, 포퍼의 반증주의 과학 철학 논리를 이론 발전에 적용합니다.

 

ECM에서 객관성은 "절차가 아닌 지식의 성장, 즉 변칙적인 사례를 수용하기 위해 이론을 창의적이면서도 절제되게 재구성하는 것"을 통해 확보됩니다(Burawoy 1998b). 포퍼처럼 ECM은 기존 이론이 설명하지 못하는 변칙적인 데이터를 활용하여 이론을 발전시킵니다.

 

ECM은 시간과 맥락에 따라 변화하는 사회문화적 구조를 분석하고자 하며, 누적적인 이론 구축의 사회학적 변형과 맥을 같이 합니다. 자연과학 이론처럼 구성 개념이 안정적이고 보편적이라고 가정하지 않고, 발견 지향적인 접근을 통해 대안 검증보다는 생산적인 이론 확장에 집중합니다. '공예적' 과학 방식으로서 ECM은 분리, 거리, 초연함을 특징으로 하는 실증주의 과학과 달리 연결, 근접성, 대화를 강조합니다(Burawoy 1998b, p. 12).

즉, ECM은 기존 이론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이론을 발전시키는 데 유용한 연구 방법이며, 본 연구에서는 이를 통해 소비자 문화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도모하고자 합니다.

 

6. 연구 설계

 

확장된 사례 방법(ECM)에 따라 소비자 저항 이론(성찰적 코드 의식, 파편화된 자아 생산)을 일상생활에서 관찰할 수 있는 사례를 찾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 미국 사회의 사회경제적 주변부에 속하는 정보 제공자들을 선정했습니다. 사회학 이론에 따르면, 시장에 대한 일상적인 저항은 경제·사회 제도 및 지위의 주변부에서 가장 활발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Collins 1976).

 

본 연구의 정보 제공자들은 구조적으로 주변적인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정규직이 없고 빈곤선 이하 또는 그 근처의 소득으로 생활하며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태입니다. 주류 사회 네트워크나 규범적인 가족 생활에 통합되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이는 소비자 저항 사례를 확실하게 포착하기 위한 보수적인 표본 추출 전략입니다. 펜실베이니아 중부 소도시의 푸드뱅크(빈곤선 125% 이하 지원 대상)에 포스터를 부착하여 12명의 정보 제공자를 모집했습니다. 이들은 35세에서 75세 사이의 유럽계 미국인 남녀(단, 한 명은 한국계 미국인 여성)로, 실직 상태이거나 임시직으로 시간제 근무를 하고 있으며, 대부분 어떤 형태로든 복지 수당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들의 배경은 다양했습니다. 정규직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 정신 질환을 가진 사람, 불안정한 주변적인 일자리(워킹푸어)에 종사하는 사람, 신체 장애가 있는 사람 등이 있었습니다. 또한 경제적 주변 생활을 전략적으로 선택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정보 제공자들을 통해 소비자 저항이라는 현상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그 이면에 숨은 사회 구조적 요인을 탐구하고자 했습니다.

 

7. 자료 수집

 

저는 부라워이(1998a)가 '내러티브 인터뷰'라고 부르는 방식을 통해 실증적인 자료를 수집했습니다. 이는 제가 연구하는 이론, 즉 저항을 숙고된 소비 전략으로 간주하는 이론을 검증하기에 적합한 담론적 자료를 제공합니다. 각 정보 제공자와 90분에서 3시간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가정, 장식, 패션, TV와 영화, 독서, 취미, 사교 활동, 관광/휴가, 음식, 음악 등 핵심적인 생활 양식 범주를 포괄적으로 다루었습니다(Holt 1997, 1998과 동일한 인터뷰 구조 활용).

 

참여 관찰이 보완 자료로 유용했겠지만, 교육 의무로 인해 수행하기 어려웠습니다. 대신 각 정보 제공자로부터 다양한 소비 이야기를 이끌어내어 소비 실천 패턴을 해석할 수 있는 단서를 얻고자 노력했습니다. 즉, 정보 제공자들의 구체적인 소비 경험과 그에 대한 생각을 심층적으로 파악함으로써 소비자 저항이라는 현상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하고자 했습니다.

 

8. 분석

 

확장된 사례 방법(ECM)은 현상학이나 문화기술지와 달리 실증 자료를 분석적으로 환원하여 특정 사회역사적 맥락에서 이론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심층적으로 살펴봅니다.

 

  • 첫 번째 단계(미시적 환원)에서는 특정 맥락적 활동들을 정보 제공자가 상품과 상호 작용하는 대표적인 실천으로 종합했습니다. 몇 차례의 초기 해석을 거쳐, 소비자 저항에 참여하는 것으로 밝혀진 12명 중 5명을 집중적으로 분석했습니다(표 1 참조). 이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소비자 문화 및 저항 이론과의 비교 분석을 통해 지배적인 소비 실천을 도식화했습니다.
  • 두 번째 단계(구조화)에서는 분석을 미시적 수준에서 거시적 수준으로 확장합니다. 부르디외, 기든스 등의 통합 사회 이론과 조화를 이루는 '해석학적 과학' 관점에서, 민족지 세계를 외부 힘의 장(場)에 의해 형성되면서 동시에 그 장을 형성하는 존재로 봅니다(Burawoy 1998a). 즉, 소비 실천을 소비자 문화 및 마케팅이라는 사회적 힘과 연결하여 분석해야 합니다.
  • 마지막으로 재구성 단계에서는 이론을 확장합니다. 분석의 두 번째 부분에서는 피랏과 벤카테시(1995)의 모델에 대응하는 대안적인 역사 내러티브를 구성하여 포스트모던 소비자 문화 및 브랜딩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제시할 것입니다.

 

본 연구에서는 두 가지 저항 유형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두 명의 정보 제공자를 중심으로 분석을 진행합니다(표 1 참조). 다른 세 명의 정보 제공자도 유사한 저항을 보였지만, 그 양상이 더욱 다양하게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ECM을 활용한 단계별 분석을 통해 소비자 저항이라는 현상을 미시적, 거시적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기존 이론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이론적 틀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9. 개인적 주권의 상품화

 

9.1 사례 1: 성찰적 저항이 어떻게 개인적 주권의 상품화를 낳는가

 

폴(32세)은 부모님 집 지하실에 살며 월 500달러의 장애 수당으로 생활합니다. 그는 마케팅을 비롯한 모든 대중매체의 영향을 선전선동으로 간주하며, 감독 기법을 정교하게 분석하거나 역사책을 통해 시장의 왜곡에 맞서 스스로를 방어합니다. 미적 즐거움조차 마케팅의 거짓이라고 여기며, 음식조차 영양 섭취를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합니다.

이러한 극단적인 태도는 사회생활에서 그를 고립시키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는 열정적인 '쇼핑 엔지니어'로서 시장의 함정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주권적인 소비자의 정체성을 확립합니다. 즉, 시장에 저항하면서도 시장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9. 2 사례 2: 창의적 저항이 개인적 자주성 상품화를 어떻게 유발하는가

 

돈(47세)은 소득보다 여가를 중시하며 시장 의존도를 최소화하고 자전거, 춤, 라켓볼, 영화에 몰두합니다. 그는 마케팅을 필요할 때 선별적으로 활용하는 풍부한 자원으로 여깁니다. 비시장적인 공간에서 창의적으로 자신만의 문화를 생산하고, 세심한 브랜드 선택과 재조합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합니다.

 

그러나 그 역시 시장이 제공하는 무한한 자원에 매료되어 자기 소비 프로젝트를 계속 확대합니다. 이는 그를 비범한 창조적 소비자로 만들지만, 동시에 최적의 경험 추구를 위해 상품을 탐하는 모범적인 소비자로 만들기도 합니다.

폴과 돈 모두 마케터의 권위에 저항하지만, 시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합니다. 시장은 여전히 정체성 형성의 상징적인 무대이며, 반문화적이고 창조적인 소비자조차 시장을 통해 자기 주체성을 생산합니다.

 

이를 통해 오늘날 소비자 문화가 개인적 자주성 추구를 핵심 가치로 삼는 소비자 주권 문화를 포용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음 절에서는 이러한 개인적 자주성의 상품화가 언제, 어떻게 소비자 문화의 중심부에 자리 잡았는지 역사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0. 소비자 문화와 브랜딩: 변증법적 역사

 

앞서 살펴본 Don과 Paul의 사례에서 얻은 통찰과 더불어, 다양한 이차 학술 자료 및 업계의 1차 자료를 종합하여 소비자 문화와 브랜딩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기업의 브랜딩 활동과 소비자 문화 사이의 변증법적 관계를 역사적으로 추적하고, 이를 토대로 브랜딩과 소비자 문화의 미래를 전망합니다. 이러한 분석 과정을 통해 브랜딩과 소비자 문화에 대한 대안적 모델을 도출했으며,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분석 결과를 제시하기에 앞서 이 모델을 먼저 소개하겠습니다.

 

11. 소비자 문화와 브랜딩의 변증법적 모델

 

어느 시대든 기업이 브랜드를 구축하는 방식은 일련의 공리적인 가정과 원칙에 기반합니다. 디마지오와 파월(1983)이 '제도적 동일화'라고 명명한 과정, 즉 동료 기업 간의 모방과 규범적 영향, 관리자 이동, 교육자나 컨설턴트를 통한 정보 전파를 통해 대기업들은 특정 브랜딩 기법의 기반이 되는 통합적인 관행을 공유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업 패러다임은 고정적이지 않습니다. 20세기 동안 지배적인 기업 전략 패러다임이 극적으로 변화했듯이(Fligstein 1990), 지배적인 브랜딩 패러다임 역시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소비자 문화와 브랜딩에 대한 역사적 분석을 통해, Fligstein의 기업 전략 분석과 유사한 변증법적 제도 모델이 본 연구의 자료를 가장 잘 설명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소비자 문화는 사람들의 소비 방식을 뒷받침하는 이념적 기반이며, 마케터의 브랜딩 활동에 대한 기본적인 규칙을 설정합니다.
  • 브랜딩 패러다임은 기업이 브랜드를 구축하는 방식에 대한 원칙의 집합이며, 기존 소비자 문화의 공리적 가정 내에서 작동합니다. 기업들은 이러한 원칙들이 규정하는 가능성의 장(場) 안에서 경쟁하고 실험하며 다양한 브랜딩 기법을 만들어냅니다.

 

소비자와 마케터의 상호 작용을 통해 형성되는 소비자 문화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역동적인 관계 속에 있습니다.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안정적인 균형 상태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소비자 문화와 브랜딩 패러다임 사이의 모순이 양쪽 모두에서 제도적 변화를 촉발합니다.

 

기업들은 기존 브랜딩 패러다임의 원칙에 따라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경쟁합니다. 진취적인 기업들은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기법을 개발하고, 이는 결국 소비자 문화 내부에 모순을 야기합니다.

 

소비자들은 기존 소비자 문화 속에서 가치 있는 지위와 욕망을 추구하며 그 문화를 실행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이는 가치의 인플레이션을 초래합니다. 또한 브랜딩 작동 방식에 대한 이해가 깊어짐에 따라 마케터의 행위에 대한 기존의 수용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성찰적인 태도를 갖게 됩니다.

 

기업들이 브랜딩 패러다임의 기반을 흔들고, 소비자들이 기존 브랜딩 메커니즘을 성찰적으로 바라볼수록, 이전 문화에서 개발된 브랜딩 기법의 효용성은 떨어집니다. 소비자 문화는 더 이상 당연한 생활 환경이 아니라 논쟁의 대상이 됩니다. 결국 소비자들은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마케터들은 새로운 브랜딩 기법을 모색하는 문화적 실험을 시작합니다.

 

반문화 운동은 소비자 주도적인 해결책을 추구하고, 브랜딩 기업가들은 기존 패러다임에 갇힌 경쟁자들을 넘어서기 위한 혁신적인 브랜딩 솔루션을 개발합니다. 예술가, 언론인, 학자, 영화감독, 음악가 등 문화 생산자들은 이러한 긴장 속에서 창조적인 영감을 얻습니다. 이들의 문화적 산물은 긴장을 해석하고 대중에게 전달하면서 이를 더욱 강조합니다.

 

기업과 소비자는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러한 실험에서 영향을 받고, 집단적인 선택 과정을 통해 새로운 소비자 문화와 브랜딩 패러다임을 만들어냅니다. 이러한 해결책이 과거의 모순을 해결하는 데 기여한다면 대중의 지지를 얻을 것이고, 기업들은 시장 확대 및 이윤 창출 기회를 제공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채택할 것입니다.

 

이처럼 소비자 문화와 브랜딩은 끊임없는 변증법적 발전 과정을 거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본 연구는 이러한 역동적인 관계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브랜딩의 미래를 전망하고자 합니다.

 

12. 현대 브랜딩 패러다임: 문화 공학

 

광고 산업이 아직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던 20세기 초, 브랜딩은 두 가지 상반된 원칙에 따라 운영되었습니다. 하나는 경제학적 브랜딩 개념에 부합하는 것으로, 기업의 정당성, 명성, 안정성을 강조하고 소비자에게 제품의 가치와 사용법을 알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P.T. 바넘식의 과장된 광고 기법처럼 제품의 효능을 극도로 과장하여 소비자를 현혹하고 조종하려는 시도였습니다(Marchand 1985).

 

 

1920년대 이후 광고 업계는 자기 규제, 전문 서적 출판, 강좌 개설, 컨퍼런스 개최, 그리고 업계 전문가들을 통해 전문성을 확보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현대적인 브랜딩 패러다임을 구축했습니다.

 

현대 브랜딩 패러다임은 추상화와 문화 공학이라는 두 가지 핵심 개념을 기반으로 합니다(도표 1 참조). 초기 브랜딩 전문가 어니스트 엘모 칼킨스는 제조사가 브랜드를 사회적, 도덕적 이상향을 구현하는 존재로 포지셔닝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Lears 1995). 이전의 광고가 주로 제품 속성을 강조하거나 기적적인 효능을 주장하는 데 그쳤다면, 칼킨스는 제품이 인간의 이상(가족, 사회적 지위, 성별 정체성 등)을 물질적으로 표현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즉, 제품의 기능적 이점뿐만 아니라 상징, 은유, 우화를 통해 브랜드가 심리적, 사회적 속성을 담아내는 매개체로 기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Heller 2000).

 

칼킨스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데이비드 오길비, 레오 버넷과 같은 광고계의 거장들이 브랜드 이미지 형성 원리를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켰습니다. 이제 마케터들은 과장된 제품 이점 대신 제품 속성과 바람직한 개인적 특징을 연결하여 현대적인 '좋은 삶'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당시 마케터들은 소비자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왜 자신의 브랜드가 그러한 삶에 필수적인지를 직접적으로 가르치려 했습니다. 그들의 광고는 가부장적인 목소리를 담고 있었고,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다소 순진하고 교훈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이는 당시 소비자 문화가 기업을 문화적 권위자로 인정했음을 보여줍니다. 기업의 조언은 단순히 받아들여지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추구되었습니다.

 

학문적인 브랜드 이론 또한 이러한 패러다임을 뒷받침했습니다. 1920년대에는 테일러리즘의 과학적 관리 원칙(원래는 노동자 조직을 위한 원칙)이 소비자 선호를 조정하기 위해 도입되었고(Fligstein 1990, p. 125 참조), 행동주의 심리학이 광고를 과학적으로 인식하도록 영향을 미쳤습니다. P&G 출신의 스탠 레소는 1920년대 J. 월터 톰슨을 인수한 후 '과학적인' 조사를 통해 발견 가능한 "인간 행동의 법칙"에 기반하여 광고를 마케팅 도구로 재정의하고 테일러리즘을 마케팅에 접목시켰습니다(Kreshel 1990). 1930년대에는 행동주의 심리학자 존 B. 왓슨을 고용하여 감정적 자극을 통해 소비자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는 개념을 고객사에 소개했습니다(Olsen 2000).

 

2차 세계 대전 이후부터 1960년대 '크리에이티브 혁명' 이전까지 광고계는 레소, 로서 리브스, 레오 버넷, 데이비드 오길비 네 명의 인물에 의해 주도되었습니다. 레소와 리브스는 반복적인 광고와 과학적 원칙을 통한 직접적인 판매 방식(hard sell)을 옹호했고, 버넷과 오길비는 이와 대비되는 간접적인 판매 방식(soft sell)을 선호했습니다. 또한 이들은 당시 중요한 학문적 패러다임인 동기 연구의 영향을 받아, 에른스트 딕터, 피에르 마르티노와 같은 심리학자들이 임상 심리학을 활용하여 무의식을 자극하고 원형 이미지를 이용하여 소비자를 브랜드에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을 대기업에 설득했습니다(Horowitz 1998).

 

흥미롭게도 이 시기에 마케팅은 유통 중심의 하위 기능에서 벗어나 고위 경영진이 활용하는 주요 전략 도구로 부상했습니다. 학술 연구, 교육, 박사 과정 확대, 면허 기관 지원을 통해 준전문적인 영역에서 과학으로 제도적 정당성을 확보했습니다. 현대 브랜딩의 황금기에는 정교한 학술 이론과 방법론을 통해 마케터들이 소비자를 체계적으로 브랜드 가치 쪽으로 이끌 수 있다는 자기 합리적인 믿음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이처럼 현대 브랜딩 패러다임은 과학적 관리, 행동주의 심리학, 동기 연구 등 다양한 학문적 기반을 통해 발전했으며, 소비자를 조종하고 통제하려는 시도를 정당화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패러다임은 곧 한계에 부딪히게 되고, 새로운 브랜딩 패러다임의 등장을 촉발하게 됩니다.

 

13. 현대 소비자 문화에 대한 도전: 스폰서된 삶의 노출

 

2차 세계 대전 이후 몇 가지 사회적 변화는 광고주들이 마케터의 문화적 권위를 소비자 문화에 확고히 심는 데 기여했습니다.

  • 첫째, 전례 없는 1인당 GNP 증가는 상당한 가처분 소득을 가진 새로운 계층을 형성했습니다. 이들은 여유 자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즉 소비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고, 광고주들은 이러한 빈틈을 파고들어 소비를 유도했습니다.
  • 둘째, 1950년대 초 텔레비전이라는 새로운 매체의 등장은 설득적인 커뮤니케이션에 혁신을 가져왔습니다. 광고주들은 이제 텔레비전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직접적으로 광고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Fox 1984).
  • 셋째, 교외화 현상이 가속화되었습니다. 미국인들은 밀집된 도시를 떠나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교외 지역으로 이주했습니다. 이는 공통된 생활 양식에 대한 욕구를 증가시켰고(Baritz 1989), 전국적으로 통용되는 브랜드는 '좋은 삶'을 제시하며 낯선 이웃들을 연결하는 사회적 접착제 역할을 했습니다. 브랜드는 교외 생활의 매력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고 확산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이러한 초기 성공을 바탕으로, 과학적이고 프로이트적인 접근 방식을 취한 브랜더들은 문화 공학 기법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계획적 진부화, 동기 연구 등의 아이디어를 통해 인위적으로 소비 욕구를 자극했습니다. 하지만 비평가들과 소비자들은 이러한 브랜딩 전략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반스 패커드의 저서와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의 분석은 브랜딩이 인위적인 욕망을 주입하고 불필요한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게 만든다는 비판적인 시각을 제시했습니다.

 

윌리엄 H. 화이트 주니어의 『오거니제이션 맨(1956)』, C. 라이트 밀스의 『화이트 칼라(1953)』, 허버트 마르쿠제의 『일차원적 인간([1964] 1991)』, 데이비드 리스먼의 『고독한 군중([1950] 1969)』과 같은 저서들은 기업이 소비자의 정신을 '프로그래밍'하려 한다는 비판적인 관점을 확산시켰습니다. 이러한 비판은 마케터들이 만들어내는 획일적인 문화에 대한 저항으로 이어졌습니다.

 

현대 브랜딩 패러다임이 대중의 인식 속에 자리 잡으면서, 반(反)문화 공학 정서가 확산되었습니다. 특히 미국 자본주의 문화의 핵심 가치인 개인주의와 브랜딩 전략 사이의 충돌이 지적되었습니다. 자본주의는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을 강조하는 반면, 대형 마케팅 기업들은 브랜딩을 통해 소비자의 삶을 통제하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러한 모순은 문화 공학의 대안을 모색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졌습니다.

 

마케터들은 문화 공학 패러다임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소비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해야 했습니다. 더 이상 일방적으로 소비자의 취향을 '강요'하는 브랜딩은 효과적이지 않았습니다. 소비는 자발적인 개인의 발전, 성취, 자기 창조의 영역으로 인식되어야 했습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기업에 의해 만들어진 틀에 갇혀 사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이는 소비자 중심적인 새로운 브랜딩 패러다임의 등장을 예고했습니다.

 

14. 후기근대적 소비자 문화: 브랜드를 통한 개인적 주권

 

흥미롭게도 후기근대적 소비자 문화는 모든 형태의 기업 지배에 반대했던 1960년대 반문화 운동에서 탄생했습니다. 흔히 60년대 문화 혁명이라 하면 샌프란시스코 헤이트-애쉬버리 지역의 마약, 록 음악, 성적 실험 등을 떠올리지만, 이러한 변화는 미국 전역에 걸쳐 훨씬 더 광범위하게 일어났습니다.

 

허버트 마르쿠제, 노먼 메일러, 폴 굿맨, 앨런 긴즈버그, 티모시 리어리, 앤디 워홀, 프랭크 자파 등의 인물에게서 영감을 받은 60년대 젊은이들은 기업 중심적인 미국 사회가 강요하는 문화적 규율에 저항했습니다. 연극, 영화, 예술, 포르노, 성적 취향, 주거 형태, 직업, 복장, 위생 등 사회 관습 전반에 걸쳐 실험적인 도전을 시도했습니다.

 

이는 실존적 자유에 대한 열망과 자아를 끊임없이 변화하는 '작품'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반영했습니다. 즉, 시장의 명령에 따르기보다는 주체적인 선택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찾아야 한다는 신념을 기반으로 합니다(Dickstein [1977] 1997).

1960년대 이후 사람들은 소비를 전통, 사회적 맥락, 제도적 구속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정체성을 추구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마케터가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브랜드는 매력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브랜드 상품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았습니다. 지나치게 강압적으로 느껴지는 브랜드만 거부했을 뿐입니다. 마케터들이 새로운 소비자 문화에 적응하면서 브랜드는 소비자의 삶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브랜드 가치가 마케팅 메시지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지 않았습니다. 후기근대 소비자 문화에서는 어떤 의미든, 어떤 형태든 브랜드를 통해 표현되어야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는다고 여겼습니다. 근대 소비자 문화가 소비자에게 의미를 부여했다면, 후기근대 소비자 문화는 소비자가 스스로 의미를 만들고 브랜드를 통해 표현하는 방식으로 변화했습니다. 해석적 소비자 연구가 후기근대 소비자 문화에서 활발하게 진행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이러한 연구들은 소비재를 이용하여 개별화된 정체성을 표현하려는 후기근대 소비자 문화의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Belk, Wallendorf, and Sherry 1989; Mick and Buhl 1992; Thompson, Pollio, and Locander 1994).

 

상징적 상호작용주의 이론에 따르면, 주체적인 정체성은 타인의 인정을 통해 형성됩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서로의 정체성을 확인합니다(Muniz and O’Guinn 2001; Schouten and McAlexander 1995). 이는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후기근대적 사회성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소비자가 소비를 통해 지위를 표현하는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근대 소비자 문화에서는 시장에서 인정받는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후기근대에서는 시장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상품을 개인화하고 차별화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Holt 1998). 즉, 시장에서 제공하는 상품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하고 재창조하는 소비자 주권 행위가 강조됩니다.

 

크레이그 톰슨 등(Thompson and Haytko 1997; Thompson et al. 1994)은 후기근대 소비자들이 기업의 문화 공학 전략을 인지하면서도, 스스로를 수동적인 대중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낸다고 주장합니다. 즉, 기업의 마케팅 메시지를 역이용하여 자신이 브랜드 관리자보다 우위에 있음을 드러냅니다. 톰슨 등은 문화 공학 패러다임이 이제 주체적인 소비자를 구성하기 위한 허구적인 장치라고 주장합니다.

 

근대 소비자 문화에서 소비자들은 기업의 문화적 지도를 기대했지만, 후기근대 문화에서는 기업의 가부장적인 태도에 저항합니다. 역설적이게도 기업의 강압에 저항할수록 기존 브랜드의 가치는 더욱 높아졌습니다. 브랜드는 사람들이 사회적 세계를 경험하고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후기근대적 소비자 문화에서 브랜드는 이전보다 덜 계획적이고 통제된 방식으로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후기근대 소비자 문화에 맞춰 브랜딩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15. 후기근대적 브랜딩 패러다임: 유의미하고 진정성 있는 문화 자원

 

후기근대적 브랜딩 패러다임은 새로운 후기근대 소비자 문화의 등장과 함께 발전했습니다. 마케터들은 더 이상 문화적 권위를 가지고 일방적으로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없게 되었고, 이러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새로운 브랜딩 기법을 모색해야 했습니다.

 

흥미롭게도 1960년대 반문화 운동은 일반적으로 마케팅과는 거리가 멀게 여겨지지만, 토마스 프랭크(1997)가 지적했듯이 문화 혁명의 이상은 전략적 전환을 이룬 광고주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문화적 실험과 실존적 자유를 추구했던 반문화 운동은 기업과 마케팅 활동을 적으로 간주했지만, 역설적으로 후기근대적 브랜딩은 이러한 반문화적 가치를 이용하여 발전했습니다.

후기근대 소비자 문화에 참여하기 위해 브랜드는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로서 기능해야 했습니다. 1960년대 빌 번백이 이끌었던 도일 데인 번백(DDB) 광고 대행사를 시작으로, 광고주들은 새로운 소비자 문화에 부합하는 혁신적인 브랜딩 기법을 실험했습니다. 언론인과 학자들은 DDB를 비롯한 '혁신적인' 광고 대행사들의 활동을 '창의적 혁명'이라고 부르며 예술성을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전략적인 변화가 핵심이었습니다.

 

겉보기에 자유분방해 보이는 창의적인 시도들은 변화하는 소비자 문화 속에서 효과적인 브랜딩 모델을 찾기 위한 전략적 실험이었습니다. 번백과 그의 동료들은 후기근대적 브랜딩의 기초를 다지는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후기근대적 브랜딩 패러다임은 브랜드를 단순한 '청사진'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데 유용한 '문화적 자원'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때 브랜드는 진정성(authenticity)을 갖추어야 합니다. 특히 후기근대 소비자 문화는 마케터들에게 까다로운 진정성의 기준을 요구합니다. 브랜드는 상업적인 의도를 숨기고 '비이익적인' 존재로 인식되어야 합니다. 후기근대 소비자들은 현대적 브랜딩의 상업적 의도를 간파하고 '진정성 없다'고 판단합니다.

 

약 10년간의 실험 끝에 몇 가지 성공적인 브랜딩 기법들이 등장했습니다. 1970년대 경기 침체로 인해 이러한 기법들은 잠시 주춤했지만, 1980년대 중반 이후 다시 부상하여 지난 15년 동안 다양하게 발전했습니다. 치앗 데이, 와이든+케네디와 같은 광고 대행사들은 1960년대 혁신가들의 유산을 계승하여 새로운 브랜딩 기법을 개발했습니다. 1990년대까지 등장한 5가지 주요 기법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5.1 아이러니하고 반성적인 브랜드 페르소나

 

DDB의 폭스바겐 비틀 캠페인은 후기근대적 기법의 핵심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캠페인은 아이러니하고 반성적인 브랜드 페르소나를 통해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Lemon"이나 "Think Small"과 같은 광고 문구는 겸손하고 유머러스한 태도로 소비자에게 다가갔습니다. 이는 권위적인 태도를 버리고 소비자의 판단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후기근대적 가치를 반영합니다. 1980년대 리바이스의 "501 Blues", 나이키의 "Just Do It", 에너자이저 토끼 등도 아이러니와 반성성을 활용하여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습니다. 1990년대 이후 브랜드들은 노골적인 설득을 지양하고, 소비자의 공감을 얻는 방식으로 진화했습니다(Goldman and Papson 1996).

 

15.2 문화적 진원지에 편승하기

 

두 번째 기법은 브랜드를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선도하는 문화적 진원지와 연결하는 것입니다. 예술, 패션, 음악,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적 진원지들이 브랜딩에 활용됩니다. 브랜드가 특정 문화 공동체와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맺으면, 소비자들은 그 브랜드를 해당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식하고, 그 가치를 공유하게 됩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적 진원지는 힙합 문화를 중심으로 한 '어반 컬처'입니다. 광고 대행사들은 어반 컬처 전문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막대한 자원을 투자하여 이 문화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브랜드를 문화적 진원지와 연결하여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자 합니다. 문화 트렌드를 선도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Holt 1999).

 

15.3 라이프 월드 임플레이스먼트

 

후기근대적 관점에서 진정한 문화는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합니다. 라이프 월드 임플레이스먼트는 브랜드 가치가 상업적인 의도와 무관하게 일상생활 속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1980년대 리바이스 501 캠페인은 시네마 베리테 기법을 활용하여 일상생활의 모습을 광고에 담았습니다. 이후 스내플, 뉴욕 라이프, 밀러 제뉴인 드래프트 등 많은 브랜드들이 이러한 기법을 활용했습니다. 2001년에는 나이키, 리바이스, 다이어트 코크, 스프라이트 등이 숨겨진 카메라를 이용하여 마치 연출되지 않은 듯한 장면을 광고에 사용했습니다. 펩시코는 마운틴 듀 코드 레드 광고에서 농구 스타들이 길거리 농구 경기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진짜'라는 이미지를 강조했습니다.

 

소비자들은 이제 마케팅 전략에 익숙해져서, 브랜드가 만들어낸 이야기에 쉽게 현혹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브랜드는 상업적인 의도를 숨기고, 마치 오래전부터 존재해 온 것처럼 '진짜' 역사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합니다. 리바이스, 리, L.L. 빈, 에디 바우어, 애버크롬비 & 피치와 같은 브랜드들은 과거의 유산을 강조하며 브랜드의 진정성을 어필합니다. 소비자 하위문화 또한 브랜드의 기원 신화를 만드는 데 활용됩니다. 에어워크, 파타고니아는 특정 스포츠 분야의 마니아층에게 인정받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습니다.

 

할리 데이비슨은 라이프 월드 임플레이스먼트 전략을 통해 브랜드의 역사와 하위문화를 결합하여 '할리 미스틱'이라는 독특한 남성성을 표현하고, 이를 통해 상업적인 의도를 감추고 있습니다.

 

15.4 스텔스 브랜딩

 

최근 마케터들은 스텔스 브랜딩을 통해 소비자의 거부감을 줄이려고 노력합니다. 직접적인 광고 대신 '테이스트메이커'를 활용하여 브랜드에 '쿨함'을 부여하는 전략입니다. 스텔스 브랜딩은 풀뿌리 마케팅, 바이럴 마케팅, 트라이벌 마케팅, 버즈 마케팅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Bond and Kirshenbaum 1998; Gladwell 2000; Rosen 2000; Rushkoff [1994] 1996).

 

과거에는 TV 프로그램이나 영화에 제품을 배치하거나 유명인에게 제품을 사용하게 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스텔스 브랜딩은 일상생활 속 다양한 사람들을 활용합니다. 직접적인 브랜드 홍보를 피하면서 자연스럽게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광고 대행사들은 스텔스 브랜딩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전문 기업들은 현장 요원을 통해 마케팅 활동을 전개합니다.

 

결론적으로 후기근대적 브랜딩 패러다임은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진정성 있고 가치 있는 문화 자원으로 인식하도록 다양한 전략을 활용합니다. 이는 소비자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브랜딩이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16. 브랜딩과 소비자 문화의 미래

 

후기근대적 브랜딩 패러다임은 이제 내부적인 모순에 직면하여 그 효용성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후기근대적 브랜딩 기법을 통해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 경쟁하면서, 진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는 더욱 과감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쟁은 '진정한 진정성'에 대한 기준을 높이고, 역설적으로 소비자들은 이러한 기법들을 상업적인 전략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1950년대 비평가들이 문화 공학 기법을 비판했듯이, 이제는 반브랜딩 비평가들이 후기근대적 브랜딩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회의적인 소비자들은 기업의 숨겨진 의도를 폭로하는 데 열광합니다. 나오미 클라인의 『노 로고(1999)』가 인기를 얻은 이유는 후기근대적 마케터들의 기법을 폭로하고, 브랜드가 표방하는 의미가 실제로는 이윤 추구를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기 때문입니다.

 

반브랜딩 운동은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이미지를 제시하면서도, 실제로는 소비자를 착취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칼레 라슨의 잡지 <애드버스터즈>는 '컬처 재밍'을 통해 광고 메시지를 변형하고 기업의 위선을 비판합니다. 컬처 재밍은 처음에는 현대적 브랜딩을 비판하는 데 사용되었지만, 이제는 브랜드의 약속과 실제 기업 행동 사이의 불일치를 공격하는 데 활용됩니다.

 

예를 들어, 2000년 한 컬처 재머는 나이키의 커스텀 신발 웹사이트를 통해 나이키의 노동 착취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신발에 새겨 넣으려고 시도했습니다. 나이키는 이러한 시도를 막으려 했고, 이 과정에서 나이키의 "Just Do It" 철학과 메시지 검열 사이의 모순이 드러났습니다. 이 사건은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되었고, 후기근대 소비자 문화의 모순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습니다.

 

17. 후기근대적 모순들

 

17.1 모순 1: 아이러니한 거리의 압축

 

아이러니는 한때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인식을 피하는 효과적인 방법이었습니다(Goldman and Papson 1996; Sandikci 1999).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아이러니를 사용하면서, 소비자들은 이 또한 상업적인 전략임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밀러 브루잉, 스프라이트 등 아이러니를 활용한 캠페인을 실패한 사례들이 이를 보여줍니다.

 

17.2 모순 2: 후원된 사회

 

스텔스 브랜딩은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마케팅 메시지를 전달하는 대신, 주변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브랜드를 홍보하는 전략입니다. 하지만 스텔스 브랜딩이 만연해지면서 소비자들은 이러한 전략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됩니다.

 

17.3 모순 3: 진정성의 멸종

 

브랜드는 진정성을 얻기 위해 상업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문화 산업이 발전하고 기업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진정성 있는 문화 자원을 찾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광고, 영화, 음악, 스포츠 등 모든 문화 콘텐츠가 상업화되면서, 브랜드는 진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문화 자원을 찾아야 합니다.

 

17.4 모순 4: 브랜드 베니어의 제거

 

브랜드는 진정성 있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반브랜딩 운동은 기업의 실제 모습을 폭로하고 브랜드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소비자들은 브랜드 이미지와 기업의 실제 행동 사이의 불일치를 비판합니다. 인터넷은 기업의 부정적인 정보를 빠르게 확산시키고, 소비자들은 기업의 투명성을 요구합니다. 나이키, 베네통, 벤앤제리스, 바디샵과 같은 브랜드들은 소비자들의 감시와 비판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17.5 모순 5: 주권의 인플레이션

 

후기근대적 브랜딩은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통해 개인의 주권을 표현하라고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소비해야 한다는 압박을 가합니다. 소비자들은 '진정한 주권'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시간과 자원의 제약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정보 제공자나 협업 필터링 도구에 의존하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후기근대적 브랜딩 패러다임은 다양한 모순에 직면하고 있으며, 새로운 브랜딩 패러다임의 등장이 예상됩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 쉽게 설득되지 않으며, 진정성, 투명성, 윤리적 책임을 요구합니다. 미래의 브랜딩은 이러한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 것입니다.

 

18. 포스트-포스트모던 조건: 시민-예술가로서의 브랜드

 

후기근대적 브랜딩의 모순들을 살펴보면 몇 가지 미래 전망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 첫째, 브랜드는 더 이상 상업적인 동기를 숨길 수 없을 것입니다. 모든 브랜드가 상업적 실체로 인식되면, 소비자는 브랜드의 진정성을 판단할 때 이윤 동기와의 거리보다는 브랜드가 문화적으로 기여하는 가치에 더욱 주목할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자신들의 정체성 표현에 도움이 되는 독창적이고 의미 있는 문화적 재료를 제공하기를 기대합니다. 즉, 브랜드는 영화, TV 프로그램, 록 밴드처럼 표현 문화의 한 형태로 여겨지고, 그 자체로 문화적 가치를 지니게 될 것입니다. 소비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영감을 주는 브랜드가 성공할 것입니다.
  • 둘째, 후기근대적 브랜딩 전략은 새로운 소비자 문화에서 효력을 잃을 것입니다. 후기근대적 브랜드는 문화 공학자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브랜드의 의미를 축소하고, 외부의 문화적 요소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독창적인 정체성을 구축하지 못합니다. 이제 브랜드는 팝스타, 인디 영화, 바이럴 마케팅에 편승하는 대신, 다른 문화 상품처럼 창의적인 기여도를 통해 평가받을 것입니다.
  • 셋째, 소비자들은 브랜드화된 문화 자원을 활용하는 방식에서 다양성을 보일 것입니다.
    • '돈'과 같은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입니다. 이러한 소비자들을 위해 브랜드는 맞춤형 옵션을 제공하고, 소비자 중심적인 경험을 제공해야 합니다.
    • 반대로, 문화적 파편화에 지친 소비자들은 브랜드에 의존하는 정체성에서 벗어나 종교, 지역 문화, 예술, 민족 공동체 등 다른 가치를 통해 정체성을 찾으려 할 것입니다.
    • 또한 일부 소비자들은 폐쇄적인 소비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외부의 영향을 차단하고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 넷째, 브랜드는 단순히 매력적인 이미지를 제시하는 것을 넘어, 기업의 시민적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후기근대적 브랜딩은 기업의 실제 행동과 브랜드 이미지 사이의 괴리 때문에 기만적이라는 비판을 받습니다. 소비자들은 브랜드 이미지 뒤에 숨은 기업의 윤리적인 문제에 주목합니다.

 

과거에는 기업의 지역 사회 기여 활동이 브랜드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오늘날과 같이 기업의 활동 범위가 전 세계적으로 확장된 상황에서는 기업의 윤리적 책임을 평가하기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점을 악용하여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브랜딩 전문가들은 기업이 일관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Aaker and Joachimsthaler 2000), 소비자들은 이러한 전략에 회의적입니다. 반브랜딩 운동은 브랜드 이미지와 기업의 실제 행동 사이의 연관성을 강조합니다. 소비자들은 브랜드 이미지 이면의 기업 활동을 감시하고, 기업의 시민적 책임을 요구합니다.

 

결론적으로 미래의 브랜드는 단순히 문화적 자원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시민-예술가로서 기능해야 합니다.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제공하는 문화적 가치뿐만 아니라, 기업의 윤리적 행동까지 고려하여 브랜드를 평가할 것입니다. 브랜드는 기업의 시민 의식을 보여주는 상징이 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19. 소비자와 혁명

 

오늘날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1996)가 주장했던 마케터의 문화적 권위에 대한 논의는 사회과학자들 사이에서 극명하게 갈리는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를 단번에 부정하는 반면, 다른 이들은 절대적인 진리로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거나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생산적이지 않습니다.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1996)는 1945년에서 1958년 사이에 경영자들이 스스로와 시장을 어떻게 인식했는지를 정확하게 포착했습니다. 당시 마케팅 전문가들은 과학적 기법을 이용하여 소비자를 시장에 순응시키려 했고, 이는 비평가들의 비판과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비판적 학계는 소비자 문화를 현대적 브랜딩의 절정기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당시 기업은 브랜드를 통해 소비자의 욕망을 조종할 수 있다고 믿었고, 소비자들 또한 이러한 시장 논리에 순응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잔느와 머레이(1995)는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권위주의적 마케팅 이론을 그대로 받아들였지만, 실제로 이러한 강압적인 시장 지배는 이미 30년 전에 무너졌습니다.

 

피랏과 벤카테시는 역사적 맥락을 언급하지만, 지난 40년간 브랜딩 패러다임의 변화를 무시하고 과거의 마케팅 관점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들은 시장을 여전히 권위주의적인 제도로 보고, 기업이 소비자를 "사회적으로 조직된 생산"에 참여시킨다고 주장합니다(1995, pp. 255-256). 이는 1944년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의 주장과 유사하며, 이들이 요구하는 문화 혁명, 즉 해방적 후기근대주의는 이미 1960년대 후반 소비자 문화에 흡수되었습니다.

 

이러한 비판적 연구자들은 소비자가 문화를 생산하는 만큼 해방된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후기근대 소비자 문화는 이미 소비자에게 자유를 부여하고 있습니다(Frank 1997). 이들이 주장하는 소비자 정치는 이미 후기근대 시장에 존재하며, 시장은 머레이와 오잔느(1991), 피랏과 벤카테시(1995)가 자본주의 해방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봤던 경험적, 상징적 자유를 제공합니다. 폴과 돈의 사례 연구는 이러한 저항 행위가 혁명적이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오늘날 시장은 폴과 돈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통해 성장합니다. 시장은 끊임없이 새로운 문화적 재료를 찾고 있으며, 가장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소비 행위가 시스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칩니다.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1996)가 비판했던 수동적인 소비 스타일은 후기근대 시장에서 실패할 것입니다.

 

물론 1950년대였다면 이러한 소비자들은 현대적 사회 질서를 위협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이들은 혁명적인 존재라기보다는, 기업과 협력하여 근대 소비자 문화의 모순을 해결하는 반문화 운동의 참여자에 가깝습니다. 소비자는 시장 자체를 전복하기보다는, 새로운 시장 원리를 이해하는 기업에게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구시대적인 브랜딩 패러다임을 무너뜨리는 데 기여합니다. 혁명적인 소비자들은 폭스바겐과 나이키의 성공을 이끌었고, 시어스와 올즈모빌의 몰락을 가속화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시장 자체를 위협하지 않았습니다. '소비자 저항'이라고 불리는 현상은 사실 시장이 용인하는 문화적 실험의 한 형태이며, 시장은 이를 통해 스스로를 재활성화합니다.

 

결론적으로 소비자는 시장을 파괴하는 혁명가가 아니라,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능동적인 참여자입니다. 소비자들은 기업과 협력하고 경쟁하면서 새로운 소비자 문화를 만들어내고, 시장의 지속적인 발전에 기여합니다.


원문 : DOUGLAS B. HOLT, Why Do Brands Cause Trouble? A Dialectical Theory of Consumer Culture and Branding, Vol. 29 " June 2002,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p 70 ~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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