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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제 설정과 단절적 균형 이론의 정보처리적 확장

데이타베이스/철학 및 사회 변화

by TOS_lab 2025. 3. 21.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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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안정과 급변을 설명하는 단절적 균형 이론

 

정책과 정치 분야에서 단절적 균형 이론(Punctuated Equilibrium Theory, PET)은 장기간의 안정성과 간헐적인 급격한 변화를 동시에 설명하려는 중요한 이론적 틀이다. Baumgartner와 Jones는 1993년 저서 Agendas and Instability in American Politics에서 대부분의 정책이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되다가도 때때로 드물게 급격한 변화를 겪는 현상에 주목하였다. 예를 들어 한 정책 분야에서 수십 년간 미미한 변화만 지속되다가, 어느 순간 의제화와 함께 정책 방향이 크게 전환되는 ‘단절’이 발생한다. PET는 이러한 정책 안정기와 격변기를 설명하기 위해 제안되었으며, 정책의제 설정 과정에서 어떠한 동인에 의해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를 규명하고자 한다.

 

PET의 핵심 가정은 정치·정책 체계는 본질적으로 안정 지향적이지만, 특정 조건에서 체계가 교란되어 급격한 정책 변화(정책 단절)가 촉발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Lindblom의 점증주의(incrementalism)가 설명하지 못하는 급격한 변화의 사례들을 설명하면서, 점증적 조정과 단절적 변화라는 두 가지 상반된 정책 변화 양상을 하나의 통합된 프레임으로 이해하려 한다. Baumgartner와 Jones는 정책 분야별 하위체계(subsystem) 내에서는 부정적 피드백에 의해 안정이 유지되다가도, 의제 설정(agenda-setting) 과정에서 이슈에 대한 관심과 주의의 급변(긍정적 피드백)이 발생하면 정책에 큰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고 보았다.

 

본 보고서에서는 PET 이론의 정보처리적 확장에 초점을 맞춰,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과 불균형적 주의(disproportionate attention) 개념을 중심으로 PET가 어떻게 발전되고 정교화되어 왔는지를 상세히 설명한다. 이어서 PET 이론이 정책학 및 정치학 연구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왔는지 논하고, 정책참여자들의 정보처리 과정이 정책 의제의 안정과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아울러 PET 이론이 실제 정책 사례에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미국의 구체적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이론적 논의점과 한계를 검토한다. 보고서는 학술적 맥락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이론적 설명, 개념 정의, 주요 학자들의 견해와 인용, 사례 분석, 논의와 한계를 체계적으로 포함하여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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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PET 이론의 핵심 개념: 제한된 합리성과 불균형적 주의

 

단절적 균형 이론(PET)은 인간과 조직의 정보처리 능력의 한계에서 출발한다. 정책결정자들은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을 가지므로, 환경에서 쏟아지는 모든 문제와 정보를 완전하게 파악하거나 동시에 고려할 수 없다. Simon의 고전적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병렬적 정보처리가 어려워 한 번에 한 가지 사안만 연속적(직렬)으로 처리할 수 있고, 조직 또한 완벽히 병렬처리 하지는 못한다. 정부와 같은 정치체계 역시 동시에 모든 이슈를 다룰 수 없기 때문에, 각기 분화된 정책 하위체계를 통해 여러 문제를 병렬적으로 다루도록 진화해왔다. 즉, 대부분의 이슈는 전문적 커뮤니티나 위원회 등의 좁은 영역에서 다루어지며, 정치의 스포트라이트 밖에서 일상적인 정책 조정만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제한된 합리성은 정책결정자가 인지적 한계로 인해 주의(attention)를 소수의 이슈에만 집중하게 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이슈는 간과하거나 등한시하도록 만든다. Jones와 Baumgartner도 “정책결정자들은 자신이 책임지는 수많은 이슈 중 극소수만 의제의 상단에 올리고, 대부분은 무시한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주의력의 병목현상(attentional bottleneck)이 존재하기 때문에, 정책체계는 항상 일부 정보만 선택적으로 처리하게 된다. 불균형적 주의(disproportionate attention) 혹은 불균형적 정보처리(disproportionate information processing)는 이러한 제한된 합리성의 직접적인 결과물이다. 이는 정책문제의 “실제” 중요도나 환경의 신호(signal)와 정책체계의 반응(주의와 조치) 사이에 불균형이 발생함을 뜻한다.

 

다시 말해, 정부의 대응은 외부로부터 받아들이는 문제 신호의 강도와 비례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의 정보나 문제는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해 무시되거나 축소되고, 반면 일부 이슈는 필요 이상으로 과도한 주목을 받는다. 이러한 주의의 불균형은 정책변화 양상에도 반영되어, 체계가 과소반응(under-reaction)을 보이다가 임계점을 넘으면 과잉반응(over-reaction)을 보이는 식의 비선형적 동학을 만들어낸다. Jones와 Baumgartner는 “정책결정자들의 대응이 그들이 받는 신호에 정확히 비례하지 않으며, 정보는 넘쳐나지만 대부분의 이슈는 무시되고 소수의 이슈만 과도한 관심을 받는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불균형적 정보처리로 인해 정책체계는 작은 변화를 반복하다가도 때때로 큰 변화를 일으키는 ‘급등(lurching)’ 현상을 보이게 된다.

 

정리하면, 제한된 합리성은 주의력의 한계를 낳고, 이는 불균형적 주의로 이어져 정책의제 설정과 변화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 정책문제가 객관적 중요도와 무관하게 의제에 오르내리는 현상, 즉 중요한 문제가 방치되거나 사소한 문제가 폭발적 이슈가 되는 역설적 상황은 이러한 개념들로 설명될 수 있다. 정책문제에 대한 신호가 분명히 존재해도, 인지적 한계로 인해 그 신호를 제때 포착하지 못하거나 무시하다가, 어느 순간 주목이 폭증하면 비로소 정책 변화가 촉발되는 것이다.

 

 

3. 정보처리 관점에서 본 PET 이론의 확장과 정교화

 

Baumgartner와 Jones는 초기의 PET 개념을 이후 정보처리 이론과 결합하여 한층 정교화하였다. 애초에 PET는 “정책 하위체계 vs. 거시정치”의 이분법으로 정책 안정과 변화를 설명하였다. 즉, 전문가와 이익집단이 지배하는 하위체계에서는 병렬적 처리를 통해 부정적 피드백(negative feedback)이 작동하여 정책이 점증적으로만 움직이는 안정 상태가 유지된다. 반면 이슈가 거시적 의제(정부 최고 의사결정자나 대중의 주목)에 오르면, 직렬적 처리로 전환되며 긍정적 피드백(positive feedback)이 발생하여 정책의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큰 변화는 정책 이미지(frames)가 재정의되고, 새로운 행위자들이 정책 논쟁에 참여하면서 증폭된다.

 

3.1 직렬 처리 vs. 병렬 처리

 

정보처리적 확장의 핵심에는 인지심리학의 직렬(serial) 및 병렬(parallel) 처리 모델이 있다. Simon의 연구를 토대로, Jones와 Baumgartner는 개인은 한 번에 하나의 문제만 의식적으로 처리(직렬)하지만, 조직은 구조를 분화하여 여러 문제를 동시다발적으로 처리(병렬)할 수 있다고 보았다.

 

정책 하위체계(예: 부처, 위원회, 전문기관 등)는 정부가 병렬적으로 여러 정책영역을 다룰 수 있게 해주는 구조이며, 고위 정치 수준(대통령, 국회 등)의 거시정치는 한정된 주의를 요하는 직렬적 의사결정 과정으로 설명된다. 평상시에는 수많은 이슈들이 각자의 하위체계에서 동시에 논의되지만, 일부 이슈가 “병렬 처리” 체계에서 이탈해 대통령이나 의회 같은 거시적 의제 공간으로 올라오면 이제 한 번에 몇 개 안 되는 이슈만 다루는 “직렬 처리” 모드로 전환된다.

 

PET는 바로 이러한 병렬 → 직렬 처리 전환이 정책 변화를 촉발하는 메커니즘이라고 강조한다. “어떤 정책 문제가 거시정치 기관으로 넘어가 직렬 처리되기 시작하면, 일반적으로 그 이전에 문제 정의가 변하고 미디어와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환경에서 발생한다. 바로 이때 커다란 정책 변화가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되는데, 이는 병렬 처리 체계 안에 묶여있던 이슈가 거시 의제로 부상하여 폭발력을 얻게 되는 순간을 묘사한다.

 

3.2 부정적 피드백 vs. 긍정적 피드백

 

PET는 정책 안정과 변화를 피드백 메커니즘으로도 설명한다. 부정적 피드백은 온도조절장치처럼 작동하여 정책에 가해지는 작은 압력이나 변화를 흡수·완화함으로써 현 상태를 유지시킨다. 이는 예컨대 정책문제에 대해 기존 담당 관료집단이나 이익집단이 반발하거나, 정치 제도가 새로운 제안을 걸러내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반면 긍정적 피드백은 작은 변화가 눈덩이 효과(snowball effect)로 증폭되어 이후 변화를 더욱 가속화하는 동학이다. 정책 영역에서 사소해 보였던 변화나 사건이 계기가 되어 언론의 집중 보도가 이루어지고, 더 많은 행위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달려들어 ‘피딩 프렌지(feeding frenzy)'가 벌어지면, 정책은 연쇄적인 변화를 겪을 수 있다.

 

PET에 따르면, 정책 하위체계 내에서는 대체로 부정적 피드백이 지배적이지만, 일단 긍정적 피드백이 촉발되어 이슈가 확산되기 시작하면 변화의 폭은 예상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 이는 지진이 쌓인 응력의 방출로 발생하듯, 오랜 기간 쌓인 작은 압력이 어느 임계점에서 한꺼번에 분출되는 현상에 비유되기도 한다.

 

3.3 점증주의에 대한 정보처리 모형의 대안 제시

 

Jones와 Baumgartner는 2005년 저서 The Politics of Attention 및 논문에서 정책선택의 정보처리 모형을 제시하여 PET를 이론적으로 확장했다. 이들은 기존 점증주의가 가지는 문제 – 왜 충분한 대안 모색 없이 과거 정책의 연장선에서 소폭 변화만 일어나는지 – 를 지적하며, 정치적 정보처리의 제약이 이러한 현상을 설명한다고 하였다.

 

완전한 합리성 하에서는 정책결정자들이 모든 옵션의 비용편익을 검토해 최적의 결정을 내리겠지만, 현실에서는 인지적 한계와 제도적 마찰(friction) 때문에 상당 기간 기존 정책을 유지하다가 간헐적으로 크게 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PET는 제한된 합리성을 지닌 정책결정자 모델이라는 미시적 토대 위에 구축되어 있다. 인간은 총체적으로 모든 대안을 평가해 최선책을 선택하는 완전합리적 존재가 아니며, 오히려 이들의 결정은 인지적·감정적 구조에 의해 틀지어지고, 특히 주의(attention)의 한계에 크게 좌우된다”고 Jones 등은 설명한다. 즉, PET의 미시적 기반은 인지심리학적 인간 모형이며, 이는 정책변화를 거시적 현상으로만 보지 않고 개인과 조직의 정보처리 행태로부터 출발해 설명한다는 의의를 지닌다.

 

Jones와 Baumgartner는 나아가 “불균형적 정보처리(disproportionate information processing)”라는 개념을 통해 점증주의와 단절적 변화를 하나의 연속선상에 모델링했다. 이 모형에서 점증적 변화는 정보처리가 매우 원활하여 정치체제가 모든 신호에 비례적으로 반응할 때 나타나는 특별한 경우(정상상태)로 간주된다. 이때 정책 변화의 분포는 정규분포와 같이 대부분 작은 변화만 있고 극단적 변화는 드문 형태를 보인다.

 

반면 현실의 정치에서는 정보처리가 불균형적으로 이루어지므로, 정책 변화의 분포가 평탄한 정규분포를 벗어나 꼬리가 두터운(leptokurtic) 형태를 띤다. 실제로 미국 연방정부 예산 등 다양한 정책산출을 분석한 결과, 연도별 변화폭의 분포가 정규분포보다 극단값이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대부분의 해에는 예산이 소폭 조정되지만, 드물게 특정 해에 커다란 증액이나 감축이 발생하는 현상을 의미하며, PET가 예측하는 “대부분 안정, 가끔 급변” 패턴과 일치한다. 요컨대, Jones와 Baumgartner는 정보처리의 관점에서 점증주의 모형을 일반화하여 PET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했고, 점증적 변화는 사실 정보처리 시스템이 이상적으로 작동할 때의 특수 사례일 뿐이며 현실의 정책과정은 정보처리의 제약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단절적 변화를 수반한다고 주장하였다.

 

3.4 일반화 및 비교연구

 

PET의 정보처리 모형은 미국을 넘어 다양한 맥락에서도 적용 가능한 일반 이론으로 확장되었다. 초기에는 미국의 다원주의적 정치제도가 갖는 개방성과 분권화 때문에 PET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해석되었으나, 이후 연구들은 의회 체제든 대통령제든, 선진민주국가라면 정책의제 설정에서 유사한 패턴이 나타난다고 보고했다. 한 연구에서는 미국, 영국, 독일 등의 예산 변동을 비교 분석하며, 정책 변화의 분포에 있어 꼬리 두터움 현상이 공통적임을 보였다. 이는 bounded rationality와 attention의 역동성이 정치체제 전반에 내재한 보편적 요소임을 시사한다.

 

다만, 각 나라의 제도적 마찰(institutional friction) 정도에 따라 변화의 빈도와 강도는 차이가 난다. 예컨대, 정부 구조가 중앙집권적이고 정당 규율이 강한 체제에서는 이슈가 쉽게 분산되지 않으므로 안정기가 더욱 길고 단절이 드물지만, 일단 변화가 일어나면 상당히 클 수 있다. 반면 분권화된 다원주의 체제(예: 미국)에서는 작은 이슈도 비교적 쉽게 부각될 수 있으나, 동시에 다양한 진입점 때문에 변화가 상쇄되거나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차이는 정보처리라는 공통 기반 위에서 제도적 요인을 추가로 고려하는 것으로, PET 연구의 최근 흐름은 정보처리 + 제도적 마찰의 결합모형으로 나아가고 있다.

 

 

4. PET 이론의 학문적 의의와 정책학에서의 역할

 

PET 이론은 지난 수십 년 간 정책과정 연구와 정치학 일반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왔다.

 

첫째, PET는 기존의 점증주의 모델이나 균형 모델이 설명하지 못했던 비연속적 정책 변화를 설명함으로써 이론 공백을 메웠다. 정책학 초기에는 정책변화가 대체로 점진적이고 누적적으로 일어난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지만, Baumgartner와 Jones는 간헐적이지만 중대한 정책변화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험적 증거들을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안정(균형)과 변동(비균형)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모습이 한 체계 내에서 어떻게 공존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둘째, PET는 의제설정(agenda-setting)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Kingdon의 다중흐름모형(Multiple Streams Framework)이나 Cobb-Elder의 체제/제도 의제 개념처럼, 이슈가 어떻게 공공의제가 되는지를 설명하는 다양한 모형들이 있으나, PET는 주의의 희소성과 의제 공간의 한계를 명확히 짚어냄으로써 의제설정의 인지적 측면을 부각시켰다. 어떤 문제가 중요하다고 해서 자동으로 정책의제가 되는 것이 아니며, 정책문제의 객관적 심각성과 사회적 주목도 간에 큰 괴리가 있을 수 있음을 PET는 강조한다. 이처럼 “현실세계의 조건과 정책적 주목 사이의 부조화”를 체계적으로 설명한 PET는, 정책의제 형성과 변화 연구에서 반드시 언급되는 이론적 틀로 자리매김했다.

 

셋째, PET는 정책학과 정치학 전반에 정보처리 관점을 도입하는 교두보가 되었다. Jones와 Baumgartner의 연구 이후, 정책결정자의 인지 한계, 주의력 분배, 정보 신호에 대한 대응 등이 정책학 연구의 전면에 등장했다. 이는 행태주의 정치학과 인지과학의 성과를 정책과정 이론에 통합한 것으로, 기존의 거시 구조 중심 설명을 미시적 차원으로 보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컨대 정책옹호연합 모형(ACF)이나 사회학적 신제도주의 등 다른 이론들도 정책변화를 다루지만, PET는 특히 인간과 제도의 정보처리 기제를 전면에 내세워 변화의 동태적 메커니즘을 설명하려 했다는 점에서 독자적인 공헌이 있다. 더욱이, 최근 정책 불균형 대응(disproportionate policy response) 연구나 정책 쇼크에 관한 논의에서도 PET의 통찰이 널리 응용되고 있다. 정책과정 연구자들은 PET를 바탕으로 과소대응과 과잉대응, 정책 실패와 급반응 등의 현상을 분석하고 있으며, 이러한 논의는 위기관리, 의사결정 연구와도 맞물려 확장되고 있다.

 

넷째, PET는 실증 연구의 방법론에도 영향을 주어, 정책변화의 전체 분포를 분석하는 접근을 장려했다. 과거에는 특정 정책의 변화 과정을 사례별로 서술하거나, 평균적인 변화량을 비교하는 정도에 그쳤다면, PET 계열 연구자들은 분포분석(distributional analysis)을 통해 정책변화의 빈도와 규모를 체계적으로 파악하였다. 예를 들어, 정부 예산의 연간 증감 비율들을 모두 모아 히스토그램을 그리고 꼬리지수(kurtosis)를 계산함으로써, 점증주의였다면 나왔을 정규분포와 실제 분포를 비교하는 식이다. 이러한 정량적 접근은 정책학 연구의 경험적 기반을 강화하고, 여러 나라나 부문 간 비교연구를 용이하게 했다. PET 연구가 발전하면서 미국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의 정책 분야에서도 유사한 분석이 시도되었고, 그 결과 PET는 범국가적 일반법칙에 가까운 위상을 얻게 되었다.

 

다만, PET 이론이 설명력에 비해 예측력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즉, PET는 사후적으로 보면 왜 변화가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해주지만, 사전에 언제 어떤 이슈가 “단절”을 겪을지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한계가 있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데, 인지적 주의의 돌발성과 정치적 사건의 우연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위기가 터질지, 어떤 이슈가 갑자기 주목받을지 정확히 예견하기 어렵기에 PET도 경향적인 설명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PET는 정책체계의 내재적 특성이 왜 이러한 패턴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함으로써, 정책학 이론 지형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해 왔다.

 

 

5. 정책참여자의 정보처리 과정이 의제 변화에 미치는 영향

 

PET 관점에서 정책참여자(policy participants)란 정책결정자뿐 아니라, 이익집단, 언론, 일반대중, 관료조직 등 정책과정에 관여하는 모든 행위자를 포함한다. 이들의 정보처리 과정과 행태가 정책 의제의 부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정책결정자(엘리트)의 주의 배분: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과 같은 최고 의사결정자들광범한 의제 공간에서 소수의 이슈만 선택하여 다룬다. 이들은 하루에도 수많은 보고와 청원을 받지만, 인지적 한계와 시간 제약으로 인해 대부분을 무시하거나 하위 부처에 위임한다. 그러다 특정 이슈가 정치적으로 중요해지거나 위기로 부상하면, 그때서야 비로소 집중적인 주의를 기울인다. 이러한 주의의 편중(disproportionate attention) 때문에, 정책의제는 좁은 병목을 통과해야 하는 구조가 된다. 예컨대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State of the Union)나 행정부의 우선순위 과제를 보면, 매년 몇 가지 주제만 부각되고 나머지 영역은 언급조차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최고위 의제 공간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어떤 이슈가 채택되면 다른 이슈는 밀려나는 제로섬 게임 양상이 나타난다. 정책참여자들은 이 좁은 주의공간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며, 그 결과 의제 채택 여부에 따라 정책변화의 성패가 좌우되곤 한다.

 

관료와 하위체계의 역할: 관료조직이나 입법위원회 같은 정책 하위체계는 병렬적 정보처리를 담당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전문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모니터링하고 점진적 조정을 수행하지만, 대개 조용히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에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런 하위체계에서는 기존 이해관계자들의 영향력(정책독점)이 강하게 작용하여 새로운 이슈 제기나 급격한 변화 시도에 대한 관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관료들은 웬만하면 현상 유지 경향을 보이며, 부정적 피드백을 통해 안정을 유지한다. 그러나 하위체계에서 통제하던 문제가 통제 불가능한 상황(예: 사고, 스캔들, 성과악화 등)이 되거나 상부의 강력한 관심이 내려올 때, 관료체계도 변화에 동참하게 된다. PET 연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조직 내부의 성과 저하나 인적 교체 등도 정책 변화의 동인이 될 수 있다. 이는 조직이 자체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예: 성과지표를 해석하는 관점)이 변하거나,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서 기존 정책에 이견을 제기할 때, 하위체계 내부에서도 의제 전환이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일반적으로 큰 폭의 정책 변화는 외부 충격이나 거시정치의 개입 없이 하위체계 내부만으로는 드물다는 것이 Baumgartner와 Jones의 주장이다.

 

이익집단과 옹호자들의 전략: 정책 옹호자(policy advocates)들은 자신들이 중시하는 이슈를 의제로 올리거나, 반대로 원하지 않는 이슈는 의제화되지 않도록 다양한 정보전략을 구사한다. PET 맥락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 두 가지는 프레이밍(framing)베뉴 쇼핑(venue shopping)이다. 프레이밍은 문제에 대한 인식틀(이미지)을 재정의함으로써 관심을 끄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동일한 환경 문제라도 “과학적 기술적 문제”로 프레이밍하면 전문가들 외에는 관심이 줄어들지만, 이를 “국민 건강과 안전의 문제”로 프레이밍하면 훨씬 폭넓은 공중의 관심을 끌 수 있다. Baumgartner와 Jones는 어떤 이슈가 넓은 청중의 주목을 받으려면, 기술적 논쟁에서 도덕적·사회적 가치의 문제로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베뉴 쇼핑(정책 무대 이동)은 기존에 자신들에게 불리한 결정이 내려지던 정책 무대를 떠나 보다 우호적인 다른 기관이나 수준의 정부를 찾아가는 것이다. 예컨대 연방 차원에서 번번이 좌절했던 정책을 주정부나 법원이라는 다른 무대로 가져가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식이다. 이때 다른 무대에서는 해당 이슈에 대한 주의 역치(threshold)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의외로 쉽게 의제가 통과되거나 새로운 청중을 확보할 수 있다. Baumgartner와 Jones는 “한 정책 영역에서 패배한 옹호자들은 그 이슈를 다른 무대로 가져가 새로운 연합을 모색하려는 유인을 갖는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프레이밍과 베뉴 이동 전략을 통해 이익집단과 옹호자들은 정보의 흐름과 주의의 분배를 교란 또는 재편할 수 있으며, 때로는 오랫동안 닫혀 있던 정책의 창을 여는 데 성공하기도 한다. 반대로 기득권 집단은 정책 독점(policy monopoly)을 유지하기 위해 문제를 기술적이고 협소하게 정의하고, 토론의 장을 한정함으로써 관심 확산을 차단하려 한다. 이런 주의 통제 노력의 결과, 장기간 정책 안정이 유지되기도 하지만, 일단 독점이 깨지고 이슈가 확산되면 오히려 더 큰 변화를 맞게 되는 경우도 많다.

 

언론과 여론의 역할: 미디어는 현대 정책과정에서 주의의 배분을 좌우하는 핵심 행위자다. 언론 보도가 증가하면 정치인들과 대중의 인지적 관심이 올라가고, 이는 다시 정치체계의 대응을 압박하는 구조를 만든다. PET에서도 언론의 의제화 기능을 중요하게 본다. 다만 언론 역시 이슈 주기를 따라 관심을 급격히 늘렸다 줄이는 경향이 있다. 한 연구에서는 “매스미디어와 이익집단이 특정 ‘촉발 사건(trigger event)’을 크게 보도하면 대중과 정치의 정보처리가 불균형적으로 이루어져 이슈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언론 주도의 긍정적 피드백은 정책 시스템이 한동안 간과했던 문제를 순식간에 최우선 의제로 끌어올릴 수 있다. 예컨대, 1969년 미국에서 발생한 쿠야호가 강(Cuyahoga River) 화재 사건은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전국적 여론을 환기했고, 이는 곧 1970년대 환경입법 붐으로 이어진 바 있다. 이처럼 대중 여론은 언론과 결합하여 정책 의제의 외생적 쇼크로 작용할 수 있다. PET는 여론 역시 제한된 관심을 가지므로 평소에는 대부분의 정책 이슈에 무관심하지만, 일단 관심리스트에 오르면 과도하게 집중하는 속성을 지닌다고 본다. 이 경우 정책결정자들도 투표와 재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에, 여론의 급변이 정책 의제의 급변으로 연결되는 사례가 종종 나타난다.

 

요약하면, 정책참여자들의 정보처리 행태―정책결정자의 선택적 주의, 관료체계의 관성, 이익집단의 의제화 전략, 언론 및 대중의 관심 급등과 냉각―가 상호 작용하여 정책 의제의 안정적 유지 또는 급격한 변화를 만들어낸다. PET는 이러한 과정을 주의의 동학(dynamics of attention)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이해하며, 왜 어떤 이슈는 오래 묻혀 있다가 갑자기 불붙는지, 왜 어떤 문제는 모두가 심각함을 알면서도 해결 의제가 되지 못하는지 등에 답하고자 한다. “아무리 중요한 문제라도 모든 이슈를 한꺼번에 다룰 수 없는 한계 때문에 주목받지 못할 수 있으며, 반대로 우연한 사건이나 전략적 노력으로 주목이 집중되면 짧은 기간에 정책변화가 가속된다”는 PET의 통찰은 정책참여자의 정보처리 방식이 의제설정에 미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6. 미국 정책 사례로 본 PET 이론의 적용

 

PET 이론의 설명력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미국 정책 사례들은 다수 존재한다. 여기서는 그 중 대표적인 예시 몇 가지를 통해, 안정→급변의 PET 패턴이 어떻게 현실 정책에서 나타났는지 살펴본다.

 

6.1 환경 정책: 1970년대 환경보호의 급부상

 

오랫동안 관심 밖에 있던 이슈가 어떻게 갑자기 국가적 의제가 되어 정책 변화를 일으키는지를 보여주는 고전적 사례로 미국의 환경정책을 들 수 있다. 1960년대 중반까지 미국 연방정부는 환경오염이나 생태 보호에 거의 개입하지 않았고, 이슈에 대한 공중의 관심도 낮았다. 당시 환경정책은 일부 전문가와 산업계가 관여하는 정책 하위체계에 머물러 있었고, 정책 독점에 가까운 안정 상태였다. 그러나 1962년 레이첼 카슨의 고요한 봄 출간과 몇 차례 환경오염 사고 등이 계기가 되어 환경에 대한 여론과 언론의 관심이 서서히 높아지기 시작했다. 1969년 발생한 원유 유출과 앞서 언급한 쿠야호가 강 화재 등은 이러한 관심을 절정으로 끌어올린 촉발 사건이었다. 그 결과 1969년~1970년에 이르러 환경 이슈는 미 의회와 행정부의 거시적 의제에 급부상하게 되었다.

 

이 시기 새로운 정책참여자들―환경운동가, 과학자, 일반 시민―이 대거 등장하여 문제의 프레임을 “경제 발전 대 환경 보호”의 가치 갈등으로 재정의했고, 이전까지 환경규제를 꺼리던 정치인들도 태도를 전환하게 되었다. 결국 1969년 국가환경정책법(NEPA)이 제정되고, 1970년에는 연방 차원의 환경규제 전담기관인 환경보호청(EPA)이 신설되는 등 일련의 대대적인 정책 변화가 일어났다.

 

PET 관점에서 보면, 환경정책 분야는 수십년 간 병렬 처리 체계 속에서 안정되어 있다가, 1960년대 말에 의제가 거시정치로 이동하면서 직렬 처리 모드로 전환되고 긍정적 피드백의 폭발을 경험한 사례이다. 기존에 “산업 개발의 기술적 문제”로 여겨졌던 환경오염이 “시민의 삶과 미래세대의 문제”로 재구성되면서, 의회와 대통령까지 새로운 행위자들이 대거 개입하였고, 이들은 이전에 없던 강력한 규제와 조직 설립이라는 정책 결정을 추진하였다.

 

Baumgartner와 Jones는 이러한 변화를 두고 “이전에 관여하지 않던 정치 행위자들의 대규모 개입과 정책 이미지의 변화가 정책 독점을 붕괴시켜 새로운 균형으로의 이행이 이루어졌다”고 평가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형성된 새로운 제도들(EPA 등)은 한번 자리 잡은 후에는 설령 대중과 정치의 관심이 사그라들어도 쉽게 사라지지 않고 유지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PET에서 말하는 “새로운 균형”이 형성된 것으로, 이후 환경정책은 이전과는 다른 규범과 구조 아래에서 점증주의적 안정기를 이어나가게 되었다.

 

6.2 담배 규제 정책: 점진적 변화에서 급격한 전환으로

 

담배 규제(tobacco control) 정책의 역사는 PET의 부정적 피드백과 긍정적 피드백 단계를 뚜렷이 보여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80년대까지 미국에서 흡연은 비교적 사회적으로 용인되었고, 담배산업은 강력한 로비 영향력으로 정책 하위체계를 장악하고 있었다. 그 결과 흡연의 위험성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축적됨에도, 공중의 관심은 낮았고 정책 변화는 거의 일어나지 않던 부정적 피드백 시기가 지속되었다. Baumgartner와 Jones(1993)에 따르면 1960년대 이전까지 흡연은 큰 논쟁거리도 아니었으며, 정부 정책도 주로 담배농가를 지원하는 등 산업 편향적으로 이루어져 있었다고 한다. 이는 흡연의 건강 피해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 정보가 정책의제로 채택되지 못했던 환경 때문이었다. 1964년 첫 연방 공중보건국장 보고서(Surgeon General’s Report)가 흡연의 위험을 공식 선언하였지만, 당시에는 일시적으로 담배 소비가 줄었을 뿐, 정책적으로는 경고 문구 부착 등의 소극적 조치에 그쳤다. 이렇듯 수십 년간 담배 문제는 잠복기(latency period)를 거쳤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에 걸쳐 상황이 급변했다. 과학적 근거의 축적과 의료계의 적극적인 홍보, 그리고 여론의 변화가 맞물려 흡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게 확산된 것이다. 특히 1990년대에 들어, 간접흡연의 위험 등 추가 연구 결과들이 나오면서 “담배는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닌 공중보건의 위협”이라는 프레임이 부각되었다. 이에 언론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각종 반담배 운동이 전개되면서, 오랫동안 힘을 못 쓰던 담배 규제 옹호자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얻어갔다.

 

그 결과 1990년대 중후반에 중대한 정책 변화들이 연달아 일어났는데, 대표적으로 1998년 주정부들과 담배회사 간의 거대 합의(Master Settlement Agreement)를 통해 담배 산업에 막대한 규제가 가해졌고, 연방 차원에서도 담배 광고 규제, 공공장소 금연 정책 등이 속속 도입되었다. 한 연구는 이 시기를 “담배 문제에 대한 공공의 관심이 급증하여 입법자들이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 시기”라고 묘사한다. 실제 분석에 따르면, 미국 담배규제 정책은 일정 기간 점증적 변화만 일다가 1990년대에 커다란 도약(punctuation)을 이뤘으며, 이후 다시 비교적 안정적인 관리 단계로 접어든 패턴을 보였다.

 

이 사례에서 우리는 정책 독점(담배산업과 동조적인 정책결정자들의 연합)이 과학 정보와 여론 변화라는 압력에 점차 약화되다가, 어느 순간 새로운 연합(공중보건 옹호 진영)이 득세하여 정책 패러다임이 바뀐 과정을 볼 수 있다. PET의 용어로 말하면, 오랫동안 담배정책 분야에는 부정적 피드백이 작동하여 안정 균형에 있었으나, 1990년대에 긍정적 피드백이 촉발되면서 정책의 단절적 변화가 일어난 셈이다.

 

6.3 연방 예산과 안보정책: 점증적 조정과 가속의 교차

 

미국 연방 예산(federal budget)의 변화 패턴은 PET의 분포적 증거를 제공하는 대표적 사례다. 연방 예산은 대체로 전년도 기준으로 소폭 증감하는 점증적 결정이 이루어지지만, 가끔씩 대규모 재정 변화가 발생하곤 한다. 예산 자료를 장기간 분석한 Baumgartner와 동료들의 연구에 따르면, 연간 예산 증감률의 분포가 정규분포보다 뾰족한 중앙과 두터운 꼬리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은 변화는 자주 일어나고 큰 변화는 드물지만 그 발생 확률이 정규분포 예측치보다 높음을 의미한다.

 

실제 역사적으로 볼 때, 국방 및 안보 예산은 평시에는 물가상승률 수준의 완만한 변화만 보이다가, 전쟁이나 테러 공격 등 안보 이슈가 갑자기 부상하면 단기간에 급증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예를 들어, 2001년 9.11 테러 직후 미국에서는 국토안보와 국방 관련 예산이 이례적으로 큰 폭 증액되어, 신설 부처(국토안보부)까지 생겨나는 변화를 보였다. 이는 테러 위협이라는 문제가 단숨에 국가 최우선 의제로 떠오르자 대통령과 의회가 즉각 다수 기관에 걸쳐 톱다운 방식의 예산 재분배를 단행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반면 이후 수년간은 다시 예산 증가율이 안정화되어, 거의 변화가 없는 기간과 특정 계기에 큰 변화가 있는 해가 공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PET는 이러한 예산 동학을 “직렬 처리의 간헐적 개입”으로 설명한다. 대부분 기간에는 각 부처가 자체적으로 예산을 관리하며 소소한 조정만 이루지만, 일단 어떤 이슈가 국가적 의제로 떠올라 직렬 처리되면 대통령과 의회가 여러 부문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큰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그 결과 여러 기관 예산이 한꺼번에 크게 조정되면서 분포의 꼬리부분, 즉 정책 단절이 발생한다. 이렇듯 연방 예산은 PET의 “안정-단절” 이중 패턴을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며, 예산 과정에 대한 연구는 PET 이론 검증의 풍부한 자료를 제공해왔다.

 

6.4 시민권(Civil Rights)과 사회정책: 긴 정체와 갑작스런 개혁

 

1950~60년대 미국의 민권운동(Civil Rights Movement)과 관련 정책 변화도 PET의 맥락에서 자주 언급된다. 인종분리와 흑인 투표권 문제 등은 20세기 전반 내내 정치권이 회피하거나 하위체계에 가둬둔 이슈였다. 남부를 기반으로 한 정책 독점 구조(일종의 철의 삼각형)가 존재하여 연방 차원의 개입을 차단했고, 따라서 수십 년간 제도적 정체가 지속되었다. 하지만 1950년대 후반부터 흑인들의 대규모 시위, 언론 보도, 국제 여론 등 외부 압력이 커지면서 점차 거시정치의제가 되기 시작했다. 1964~1965년에는 결국 연방의회와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민권법(Civil Rights Act 1964)과 투표권법(Voting Rights Act 1965)을 제정하는 역사적 변화를 이루었다.

 

이는 PET에서 묘사하는 “이슈 확산에 따른 새로운 행위자의 개입과 대규모 정책전환”의 한 예라 할 수 있다. 이전까지 지역 이슈로 취급되던 것이 전국적 도덕 이슈로 프레이밍되고, 연방 차원의 직렬 처리 모드에서 대통령(존슨 행정부)과 의회가 강력한 조치를 취하면서, 오랜 균형이 깨지며 새로운 평형 상태(연방이 인종문제에 적극 개입하는 체제)가 만들어졌다.

 

비슷한 맥락에서, 1960년대 중후반의 복지정책(예: Medicare, Medicaid 도입)도 이전까지는 정책의제에 오르지 못했던 사회적 요구들이 한꺼번에 분출된 사례로 볼 수 있다. Baumgartner와 Jones는 메디케어 등의 채택을 “기존에는 민간영역이나 주정부에 맡겨졌던 문제를 연방정부가 새로운 책임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설명하며, 이 또한 정책 이미지 변화(노인의료를 개인책임이 아닌 사회권으로 인식)와 정치적 주의의 재분배가 이루어진 결과라고 분석한다.

 

이상의 사례들은 정책 분야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장기간의 상대적 정책 안정 → 환경 변화와 주의 전환 → 단기간의 급격한 정책 변화 → 새로운 안정 상태로 이어지는 PET 모델의 전형적인 패턴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례 연구를 통해 PET 이론이 현실 정책의 흐름을 설명하는 데 유용한 틀임이 확인되었다. 물론 모든 정책이 이렇게 극적인 단절을 겪는 것은 아니다. 어떤 분야는 항상 비교적 안정적으로 점증적 변화만 거듭하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지속적으로 변동이 심한 영역도 있다. PET는 정책 분야별, 시기별로 왜 이런 차이가 나는지를 설명하고자 하며, 그 핵심 열쇠로 정보처리 메커니즘의 차이를 제시하고 있다. 예컨대, 핵심 경제정책(통화, 재정)은 늘 거시적 주목을 받기에 상대적으로 변화가 빈번하지만, 상대적으로 기술적 영역(예: 항공관제 정책)은 웬만한 사건이 아니고서는 대중이나 최고정치의 관심을 끌지 못해 오랫동안 안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결국 어떤 이슈에 어느 정도의 관심이 배분되느냐가 정책변화의 패턴을 규정하는 셈이며, 이는 PET의 주안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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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논의: PET 이론의 기여와 한계

 

PET 이론은 정책과정의 복잡한 현실을 포착하기 위해 인지적 요인과 제도적 요인을 결합한 혁신적 접근법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책은 대체로 안정적이지만 때로는 격변한다”는 단순한 관찰에서 출발했지만, 그 배후에 인간 인지의 제한과 정치제도의 동학이 있음을 밝힘으로써 학술적 기여를 했다. 특히 제한된 합리성과 불균형적 주의 개념을 통해, 왜 정책체계가 신호에 완비례하여 반응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정책변화를 확률적·분포적 현상으로 접근함으로써, 단일 사건이 아닌 다수 사건의 패턴 속에서 이론을 검증할 수 있게 한 점도 방법론적 진전이다. 그러나 PET에도 몇 가지 한계와 논쟁점이 지적된다.

 

첫째, 예측력의 한계이다. PET는 왜 변화가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사후적으로 풍부한 설명을 제공하지만, 사전에 어떤 분야에서 언제 단절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는 정책과정 자체의 불확실성에 기인하지만, PET가 제시하는 변수(주의, 신호 등)가 정량화되기 어렵고, 그 임계점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도 관련된다. 예를 들어, 어느 정도의 매스미디어 보도가 있어야 정책의제가 되는가 혹은 어떤 정도의 성과악화가 있어야 기존 정책 독점이 무너지는가 등은 PET 틀 내에서 명확히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최근 연구들은 정책 옹호자들의 전략, 조직적 특성, 이슈 속성 등을 추가로 고려하여 PET의 조건부 메커니즘을 밝히려 하고 있으나, 여전히 “변화가 없을 땐 부정적 피드백 탓, 변화가 있을 땐 긍정적 피드백 탓”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순환논리 아니냐는 비판도 존재한다. 이러한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PET 연구자들은 사례 연구와 통계분석을 결합하여 어떤 요인이 긍정적 피드백을 유발하는지를 밝히는 방향으로 연구를 발전시키고 있다.

 

둘째, PET는 정책의제 설정과 결정 단계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정책 집행이나 결과 단계의 동학은 상대적으로 간과한다는 평가가 있다. 예를 들어 한 번 급격한 변화가 이루어진 후 집행 과정에서의 관성이나 성과에 따른 정책 피드백 등이 추가로 정책 안정을 강화하거나 재변화를 촉발할 수 있는데, PET의 기본 틀에서는 이러한 정책 피드백(policy feedback)의 역할이 부차적으로 다루어진다. 최근 일부 연구에서는 정책 집행 성과나 행정 조직의 변화가 다시 정보처리 과정에 영향을 미쳐 추가적인 점증 혹은 단절을 유발할 수 있음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PET를 보다 포괄적 정책과정 모형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

 

셋째, 모든 정책 분야에 PET가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PET는 주로 의제 경쟁이 활발하고 다원적 이해관계가 얽힌 분야에서 그 적실성이 높이 나타난다. 반면 고도로 전문화된 영역(예: 첨단기술 표준화 정책)이나 정치적으로 민감도가 낮은 문제(예: 특정 인프라 건설 등)는 애초에 대중의 관심 밖에 있을 수 있고, 단절적 변화라기보다 외부 환경에 따른 점진적 적응 형태를 보일 수 있다. 또한 권위주의 체제나 매우 강한 정당 중심 체제에서는 의제 경쟁이 억제되므로 PET 패턴이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일부 비교정치 연구에서 민주주의의 성숙도와 PET 패턴의 뚜렷함 간 상관관계가 논의되었는데, 대체로 정치가 경쟁적일수록 PET 패턴이 분명히 드러난다는 결과가 있다. 이는 PET가 민주정치의 동태를 잘 설명하지만, 모든 정치체제에 보편적으로 들어맞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PET는 다른 정책과정 이론과 상보적 관계에 있다는 점도 언급할 만하다. 예컨대 Kingdon의 다중흐름모형(MSF)은 정책 창(window of opportunity)이 열리는 시점을 강조하고, Sabatier의 정책옹호연합(ACF) 모형은 신념체계의 변화를 강조한다. PET는 주의와 정보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포커스가 다르지만, 실제 정책 변화 사례에서는 이들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따라서 최근에는 복합 모형이나 중층 이론으로서 PET를 재해석하려는 시도도 있다. 이런 접근은 정책의 안정과 변화를 한 가지 이론으로 모두 설명하는 것은 어려우므로, 각각의 이론이 강조하는 요인을 서로 보완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PET의 정보처리·주의 개념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이슈 특성, 신념 변화, 제도 절차 등의 요인과 종합될 때 더 풍부한 설명력을 가질 수 있다는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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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결론

 

Jones와 Baumgartner의 단절적 균형 이론(PET)은 정책의제 설정과 정책변화의 불연속성을 이해하는 데 있어 획기적인 통찰을 제공하였다. 이론의 정보처리적 확장을 통해, PET는 인간의 제한된 합리성과 주의력 분배의 불균형이 어떻게 정책 안정과 격변을 만들어내는지 설명하는 정교한 모형으로 발전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작은 조정으로 보내다가도 가끔 큰 변화를 겪는 정책체계의 모습은, 우리의 인지적 한계와 정치적 과정의 상호작용 산물이다. PET는 이러한 과정을 병렬 vs. 직렬 처리, 부정적 vs. 긍정적 피드백이라는 개념쌍을 통해 체계화하였다. 정책참여자들의 정보처리 행동―어떤 신호를 무시하고 어떤 정보에 집중하는가―이 누적되면서, 오랜 평온을 깨는 정책 변화가 촉발되기도 하고, 반대로 변화의 압력이 제도에 흡수되어 지속적인 안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미국의 환경정책, 담배규제, 예산 변화 등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PET는 현실의 많은 정책현상을 잘 설명해준다. 또한 이론적 차원에서는, PET가 정책학에 인지적 기반을 제공함으로써 이후 다양한 연구의 토대가 되었다. 비록 예측력의 한계나 범위 조건 등의 논의가 남아 있지만, “정책 변화는 정보처리의 결과”라는 PET의 핵심 명제는 여전히 유효하고 중요하다. 현대 사회는 정보 홍수와 이슈 과다의 시대이며, 정책결정자들의 주의자원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어떤 문제에 언제 주의가 쏠리는가의 문제가 정책결과를 좌우하는 경향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PET의 통찰은 향후에도 정책의제 연구와 정치발전 논의에 있어 중요한 참조틀로 활용될 것이다. PET는 우리에게 정책과정은 늘 평형을 향하지만 완전한 평형에 도달하지는 못하며, 작은 변화와 큰 변화가 교차하는 복잡계임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그 복잡계의 움직임 이면에는 인간과 제도의 정보처리 메커니즘이 자리하고 있음을 강조함으로써, PET는 정책학 및 정치학 연구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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