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에는 '빌딩 20(Building 20)'이라는 건물이 있었다. 이 곳에서는 수 많은 학문적 성과와 세상을 바꾼 신기술이 탄생했다. 빌딩 20은 1943년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때 연구장소 확보를 위해 급조된 공간이다. 총 2만 5,000제곱 미터 면적의 허술한 목재로 만든 3층짜리 건물은 어떻게 혁신의 상징이 될 수 있었을까?
이 건물은 쉽게 구조변경이 가능했다. 벽을 분해하고 싶으면 벽을 부숴버렸고, 건물을 증축하고 싶으면 천장을 없앴다. 정해진 통로가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어디서든 쉽게 만나고 대화할 수 있었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었다.
즉, 연구를 위해 건물을 짓고, 팀을 만들고, 연구를 수행하는 직선형태의 방식이 아닌 자유롭게 재배치하고 재조합하는 형태로 연구를 수행했고 이는 뛰어난 성과를 가져왔다.
빌딩 20에 영감을 받아 건축가와 디자이너 들은 이런 형태의 유연성와 새로운 조합을 가져올 수 있도록 공간을 디자인했고 기업들은 이런 공간을 배치하여 성과를 도모하고 있다.
배치 또는 구성은 다른 방식보다 훨씬 더 큰 힘을 발휘하곤 한다. 오늘날과 같은 과잉사회에서 무작정 더 많은 것을 채워넣기보다 기존에 우리가 가진 것을 다시 살펴보고 재배열하고 구성하여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큐레이션이란 개별 콘텐츠 하나하나의 문제라기보다 이들을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특정 방식으로 배치된 콘텐츠가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는지, 생성된 맥락 속에서 이들 콘텐츠가 사회 및 문화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온라인 큐레이터 마리아 포포보는 큐레이션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며 이를 "패턴 인지의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즉, 콘텐츠가 어떻게 조합됐는지 확인하고 이들 사이의 연결성(네트워크가 형성된 환경에서 더욱 증대되는)을 이해하는 것이 큐레이션에서 아주 중요하다. 또한 이들 콘텐츠를 재조합해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 역시 결코 빼놓을수 없는 부분이다.
배치는 관계에서 파생되는 영향력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시킨다. 이 관계는 비단 사람 사이의 관계뿐만 아니라 이미지, 말, 아이디어, 상점, 역사적 유물 등 무엇이든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큐레이터는 바로 이 관계를 찾아 확립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2가지 대상을 연결하는 중개인이자 비교 분석하는 대조자이며 아우르고 혼합하는 조력자인 동시에 패턴을 찾아내고 또 만들어내는 역할도 한다. 다시말해 이들은 게슈탈트(gestalt), 즉 전체적인 형태를 파악하고 이해해 해석함으로써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존재인 것이다.
[요약]
- 빌딩 20은 연구를 위해 유연하게 재배치하고 재조합하는 형태로 운영되었고, 이는 뛰어난 성과를 가져왔다.
- 배치와 구성은 가치를 부여하는 중요한 과정이며, 과잉사회에서는 기존에 우리가 가진 것을 다시 살펴보고 재배열하고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 큐레이션은 콘텐츠를 조합하고 연결성을 이해하는 과정이며, 재조합을 통해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부분이다.
- 큐레이터는 관계를 찾고 확립하여 가치를 부여하는 중개자이며, 패턴을 찾아내고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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