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는 영ㆍ정조대의 문예 부흥기로 정치ㆍ경제적인 안정에 힘입어 많은 분야에서 화려한 문화의 꽃을 피운 시기다. 특히 17세기에 거의 생산되지 못했던 청화백자가 다시 제작되어 크게 유행하였고 왕실뿐 아니라, 문인 사대부 취향의 그릇들도 다수 제작되었다. 입호 형식의 백자항아리 외에도 대형의 구형 항아리가 많이 제작되었다. 이 때 만들어진 [그림 1]과 같은 순백의 대형 항아리를 '백자달항아리'라고 특별히 별칭으로 부르고 있다. 항아리를 장식했던 문양도 이전 시기의 운룡문과 사군자, 초충문 외에 산수문(山水文)이 새롭게 등장하였고 각종 길상문(吉祥紋, 장수나 행복 따위의 좋은 일을 상징하는 무늬. 십장생이나 나비 따위의 소재로 구성됨)이 시문되기도 하였다.
18세기 백자를 제작한 가마로 대표되는 곳은 전반기의 금사리 가마와 1752년 이후의 분원리 가마다. 특히 금사리 가마에서 제작했다고 생각되는 청화백자 항아리들은 청초함의 대명사로 손꼽힌다. [그림 2]의 <백자 난초 무늬 항아리>는 몸체의 3분의 1지점에 지표면을 상징하는 선을 긋도 가느다란 난초를 간결하면서도 운치 있게 그려 넣었다. 항아리 입구는 직립하는 형태로 높이가 많이 높아진 편이다. [그림 3]과 같이 <백자 포도 원숭이 무늬 항아리>는 동그스름한 몸통 전면에 철화와 청화안료로 농담의 변화를 적절히 살려 포도넝쿨을 사실적으로 그려 넣었다. 철화안료의 포도나무 잎과 대조적으로 청화안료의 선명함으로 표현된 포도송이는 금방이라도 깨물면 알갱이가 터져 나올 듯 하다. 어깨 부분에는 청화로 쓴 '거금주인(車金舟人)'의 네 글자가 네 방향으로 한 자씩 쓰여 있다. 원숭이와 포도넝쿨을 동시에 묘사한 예는 [그림 4]의 <백자 포도 원숭이 무늬 항아리>에서도 볼 수 있다. 항아리의 입구가 적립하고 있는 입호 형태로 포도송이와 넝쿨을 청화안료로 큼직하게 그리고 그 사이에 상대적으로 원숭이를 작게 그렸다. 철화안료로 그림을 그리기 어려웠던 탓인지 번짐이나 엉킴 등으로 문양이 자연스럽지 못한 면이 있지만 회화적인 표현으로는 수작이라고 생각된다. 포도는 자손 번영을 상징하고 원숭이 후 자는 제후 후와 음이 같아 이 그림은 많은 자손들이 높은 벼슬 살기를 염원하는 뜻도 담고 있는 것 같다.
다양해진 문양 소재의 예로 도석인물을 주제로 하여 백자항아리를 장식한 것이 있다. [그림 5]와 같이 <백자 도석인물 무늬 항아리>의 도석인물이라는 주제는 회화적 요소가 강한 것으로 주문양의 위아래로 어깨 부분과 저부에는 영지형의 여의두문이 장식되고 있다.
한편 17세기 철화백자로 만들어졌던 용준은 18세기가 되면 다시 청화백자로 만들어지게 된다. 높이 54.6cm의 장신의 [그림 6]의 <백자 구름 용 무늬 항아리>는 입구가 직립하고 있으며 어깨부분에는 이전의 연판문 대신 영지형의 여의두문이 그려졌다. 모통 하단의 장식문양도 파상문 등 한단으로 처리되던 것이 아래에서부터 능화문대, 영지형 여의두문대, 연판문대의 3단으로 변화하였다.
한편 백자를 장식하는 안료 중 청화, 철화 외에 산화동안료가 있는데, 이것은 조선시대 언제부터 만들어졌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17새기 후반의 동화장식 백자 묘지가 남아 있으므로 17세기 후반부터는 제작된 것이 분명하며, 주로 만든 것은 18세기 중반 이후 분원리 가마부터라고 생각된다. [그림 7]의 <백자 연꽃 무늬 항아리>는 연꽃을 돋보이게 그린 것 외에는 아무런 장식이 없다. 동화백자 중에서 이만큼 세련된 문양을 그린 것은 드물다고 생각될 만큼이 백자항아리는 수작이다.
[그림 8]과 같이 순백자이지만 투각기법으로 장식한 항아리도 있고 입호가 아닌 원호 형태의 항아리 항아리 네 곳에 원을 그리고 그 안에 풀ㆍ벌레 무늬를 청초하게 청화로 그려 넣어 18세기의 운치를 그대로 보여주는 [그림 9]과 같은 것도 있다.
[원문] 국립중앙박물관, "백자 항아리 - 조선의 인과 예를 담다", 2010.6, p 16 ~ 21
https://www.tingeofsoul.co.kr/143/?idx=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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