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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란 무엇인가 #1] 이론적으로 규명한 공예의 가치

데이타베이스/문화

by TOS_lab 2023. 8. 2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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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지오브소울은 한국 도예가들의 작품을 Kickstarter에 소개하기 위해 문헌을 찾아보고 내용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으로 스토리텔링을 하는게 좋을까 고민을 하던 와중 "공예란 무엇인가(원작 : A Theory of Craft : Function and Aesthetic Expression)"라는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공예품이 공산품과 어떤 차이가 있으며 이는 현대 사회에서 어떤 의미로 다가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의미를 풀어보고 싶었어요. 300년 전만해도 가정집에 의자는 귀중한 거였지만 지금은 의자는 흔하게 볼 수 있고 새로운 디자인이 나오면 버리고 새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용적인 의미를 제외하고 공예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이 책은 그에 대한 어느 정도의 답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역자께서도 책의 내용을 매우 간명하게 잘 정리해주셨어요. 먼저 역자 서문을 통해 이 책의 내용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저도 필사하면서 내용을 더 이해하고자 합니다!!!)

 

 

 


그간 공예분야는 주로 기법과 기술을 설명하는 책들이 주를 이루었다. 

하워드 리사티의 "A Theory of Craft function and aesthetic expression" 의 책은 "공예"에 개념적이고 이론적인 접근 을 시도하고 있다. '공예란 무엇인가' 혹은 "현대공예란 무엇인가"라는 수십 년은 되풀이된 듯한 질문에, 이 책은 깊이 있는 대답을 던져주어 새로운 논의를 끌어낸다. 

 

리사티는  공예의 개념을 규정하고 그 의미를 설명하는 이론의 부재로 인해 발생한 문제들을 가장 먼저 이야기 하고 있다. 역자는 이에 대해 크게 공감한다. 역자는 그간 현대공예 분야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담론의 부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예품은 사물이지 물질이지만, 그것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일은 사회의 관념, 즉 정신에 따른다. 그러므로 공예에 대한 인식을 고양하려면 사회의 관념을 변화시켜야 하고, 관념의 변화를 추동하기 위해서는 담론이 필요하다.  공예이론이 해야 하는 일이자 할 수 있는 일이란 바로 담론의 생산이다. 

 

순수미술 역시 담론의 힘으로 오늘날의 사회적 위상을 갖게 되었다는 점을, 리사티는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바사리, 칸트 그리고 20세기 미술평론가들로 이어지는 미학 이론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순수미술의 개념도 존재할 수 없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순수미술을 위한 그러한 미학 이론들이 공예품의 지위를 오히려 격하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그는 주장한다. 칸트를 정점에 둔 미학 이론들은 '실용적 목적'을 기준으로 미술과 미술 아닌 것을 구분했기 때문에, '기능'을 가진 공예품은 결코 미적인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오히려 공예품은 순수미술이 미적 대상으로 인정받기 위한 일련의 과정에서 타자로 배제되었다. 순수미술은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기 위해 공예를 타자화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공예 분야의 사회적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이유에서만 공예이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공예라는 인간 활동에 대한 이해는 현대사회가 가진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적 관점을 제공해줄 수 있다. 이는 공예가 삭막한 산업사회를 따뜻하게 치유한다는 식의 낭만적 해법에 불과한 차원의 말이 아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라는 산업자본주의가 불러온 자원고갈, 환경오염, 문화의 상업화와 획일화 등의 문제들을 다르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관점이 공예 안에 담겨 있다는 말이다. 그러한 공예의 사회적 가치를 잘 설명해서, 인류가 당면한 실질적인 문제들을 현명하게 풀어나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일도 공예 이론의 몫이다. 공예가 지닌 소박함의 일면을 생각해보면 그런 거창한 일과 무관할 것 같지만, 최근 들어 공예에서 중시하는 손, 몸, 노동, 물질과 같은 가치들을 내세운 새로운 철학이 속속 등장하는 것을 보더라도 공예의 가치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이 책이 그와 같은 공예의 가치나 공예이론의 중요성을 전부 다 설명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다른 책들보다 저자의 생각과 주장이 더 분명하게 일관되어 초점이 좁고 또렷하게 맞춰진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예를 이야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요소들을 거의 모두 짚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러한 요소들을 근본에서부터 차근히 생각해보도록 이끌어준다는 점에서 공예에 관한 논의의 출발점으로 매우 유익하다고 할 수 있다.

 

리사티는 공예의 근간을 '기능'에 두고 있다. 하지만 일상의 실용적 기능을 수행해야만 공예품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실제 사용은 불가능하지만, 기능을 은유적으로 해석해서 만든 작품들에 '순수공예'라는 이름을 붙여 공예 범주 안으로 끌어들인다. 그러한 측면에서 스가 공예를 바라보는 관점은 '기능'에 매몰되어 있기보다, '기능'을 포함한 공예의 전통에 기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그에게 '기능'이란 실제 사용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타당성을 수용하여 발전시키는 태도를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과거를 회의(의심을 품음 또는 충분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판단을 보류하거나 중지하고 있는 상태)하고 아방가르드를 선호하는 현대미술의 접근법과 구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한편, 리사티는 공예의 아이덴티티를 순수미술 그리고 현대 디자인과 비교하여 밝히고 있다. 혹여 공에의 가치가 주변 분야와의 비교를 통해서만 드러나는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 있으나, 인간의 사고체계에 자리한 모든 개념이 실상 비교과정을 통해 구성되는 것임은 인류의 언어가 증명해주는 매우 기초적인 사실이다. 리사티는 순수미술 그리고 현대디자인과 비교를 통해 공예가 가진 '사물성'과 '수공성'의 가치를 보다 선명하게 그려내었다. 그러한 차이가 명백해짐에 따라 차별화된 한 분야로서 공에의 존재이유를 더욱 분명히 인식할 수 있게 된다. 

 

리사티에 따르면 순수미술품이 소통을 위한 '이미지'인 반면, 공예품은 생리적 필요에 뿌리를 둔 '사물'이다. 따라서 순수미술에서 시각성이 중요한 만큼 공예에서는 물질성이 중요하다. 또한 크기로 압도하는 대다수의 순수미술품과 달리, 공예품은 손과 몸에 적합한 규모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현대디자인제품과 공예품은 기능과 물질성이라는 특성을 공유하지만, 머리와 손의 분리 혹은 통합이라는 측면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다. 현대디자인이 추구하는 머리와 손의 분리를 수작업 혹은 '몸-기술'의 가치를 단순 육체노동의 수준으로 전략시켰다. 반면 공예가 근본으로 삼고 있는 '장인정신(craftsmanship)'은 과학적 지식과 암묵적 지식이 결합된 직관적 판단력을 통해 생각과 실행을 함께 수행한다. 

 

간혹 공예, 순수미술, 디자인 사이의 구분이나 정체성 규정이 꼭 필요한 것이냐는 질문을 받는다. 각 분야의 경게선에서 활동하거나 혼종의 작업을 하는 작가 또는 공예가의 경우에 그러한 의문을 가질 수 잇을 것이다. 혹은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이 더 의미있기 때문에 경계를 규정하는 일이 오히려 제약이 될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양쪽에 걸친 작품들의 존재여부와 경게의 필요성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조류와 포유류의 특성을 공유한 박쥐가 존재한다고 해서 조류와 포유류를 규정할 필요가 없는 것일까? 과일인지 채소인지 불분명한 딸기, 수박, 참외가 존재한다고 해서 과일과 채소를 구분할 필요가 없는 것일까? '공예"는 경계선에 존재하는 일부영역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엄연한 하나의 분야이고, 독자적인 영역으로 구축될 만한 특성과 가치가 충분한 하나의 범주이다. 공예와 다른 분야 사이에 겹쳐있는 영역의 활동들이 그 나름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오히려 공예의 범주적 특성이 보다 명백하게 규정되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경계 넘나들기나 분야 간 특성의 공유와 같은 특징이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공예를 개념적으로 규정하고자한 리사티의 노력을 포스트모던이 지향하는 넘나들기의 잣대로 결코 폄하할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리사티의 주장 중에 낯선 것들도 있다. 장신구나 타일 같은 '장식'의 범주에 해당하는 것들을 '공예'와 구분한다거나, 혹은 커틀러리와 같은 부류를 공예품이 아닌 '도구'로 지칭하는 것들이 그러하다. 그에 관해서는 좀 더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 뿐만 아니라, 기능을 공예의 범주화 작업에 적용하는 방식이나 흔히 현대공예품으로 분류되는 것들을 '순수공예'와 조작으로 세분하는 방식 등이 세련되거나 치밀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조금 아쉽기도 하다.

 

공예가나 공예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은 물론, 공예품이 관광기념품이나 문화상품으로만 인식되는 일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사람, 혹은 공예가 없어도 그만인 별 가치 없는 분야로 평가받는 일에 마음 아픈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책을 읽고 나면, 그동안 막연하게 느끼던 공예의 가치와 중요성을 언어로써 인식하고 또 '표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한 '표현'이 활발해져서 새로운 논의를 낳고, 가치를 전파하고, 그럼으로써 공예에 대한 사회의 고정관념, 즉 리사티가 말하는 '선-이해'를 변화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 

 

 


하워드 리사티, 허보윤 옮김, "공예란 무엇인가",  p36 ~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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