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100만'이라는 숫자는 필요하지 않다. 100만 달러도, 100만 명의 고객이나 클라이언트, 팬도 필요없다. 공예가, 사진작가, 음악가, 디자이너, 작가, 애니메이터, 앱 제작자, 기업가, 발명가로 살아가기 위해 당신에게 필요한 건 1,000명의 진정한 팬뿐이다.
진정한 팬이란 '당신이 만드는 건 뭐든지 사주는 사람들'로 정의할 수 있다.
그들은 당신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러 300킬로미터가 넘는 길을 달려올 것이고, 당신이 책을 내면 양장본과 문고판, 오디오북 버전까지 낱낱이 구입할 것이다. 실물은 보지도 않은 채 당신이 다음에 만드는 조각상을 구입할 것이고, 당신이 요리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매달 당신 식당의 테이블을 예약하고, 당신이 출연한 작품의 슈퍼 디럭스 고화질 박스 세트가 다시 출시되면 저화질 버전을 이미 갖고 있더라도 다시 살 것이다.
그들은 당신 이름과 관련된 새로운 콘텐츠를 얻기 위해 구글 알리미(Google Alert)를 설정하고, 절판된 당신의 옛 책이 출몰하곤 하는 이베이 페이지를 즐겨찾기 해놓고, 전시회 오프닝 행사에도 참석한다. 자신들이 구입한 책에 사인을 받고, 티셔츠와 머그와 모자를 산다. 그리고 다음 작품이 나오는 걸 얼른 보고 싶어서 어쩔 줄 몰라 한다. 이런 사람들이 '진정한 팬'이다. 이런 팬이 약 1,000명 정도 있다면 당신은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다. 많은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단순히 생계만 꾸리는 데 만족한다면 말이다.
계산을 한번 해보자. 당신은 두 가지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 매년 진정한 팬 한 명당 평균 100달러의 수익을 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특정한 종류의 예술과 사업의 경우에는 더 쉽긴 하겠지만, 그래도 모든 분야에 걸쳐 훌륭한 창조적 도전이 될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팬을 찾는 것보다는 기존 고객들에게 더 많이 파는 편이 더 쉽고 편하기 때문이다.
둘째, 팬들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 다시 말해, 그들이 당신에게 직접 돈을 지불해야 한다. 음악 레이블, 출판사, 스튜디오, 소매상, 기타 중간 단계를 거쳐서 받게 되는 수수료의 일부분이 아니라, 팬들이 지원하는 액수를 모두 당신이 가져가야 한다. 각각의 진정한 팬이 낸 100달러를 당신이 모두 가질 수 있다면, 그런 팬이 1,000명만 있어도 해마다 10만 달러를 벌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활하기에는 충분한 돈이다.
1,000명의 고객은 100만 명의 팬보다 훨씬 실현 가능한 목표다.
유료 팬을 수백만 명 만들겠다는 건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인 목표가 아니다. 특히 막 경력을 쌓기 시작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하지만 1,000명의 팬이라면 해볼 만하다. 심지어 1,000명 정도라면 이름까지 외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날마다 새로운 골수팬이 한 명씩 늘어난다면 1,000명을 모으기까지 몇 년이면 된다. 진정한 팬덤 구축도 가능하다. 골수팬들을 기쁘게 해주는 건 당신 자신도 매우 즐겁고 기운을 북돋는 일이다. 예술가들은 진정성 있는 모습을 유지하면서, 골수팬들이 좋아하는 부분인 자기 작품의 독특한 측면에 집중할 수 있다는 보상을 얻게 된다.
1,000명이라는 숫자는 절대적이지 않다. 실제 숫자는 각자 상황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1년에 진정한 팬 한 명당 50달러밖에 벌지 못한다면 그런 팬이 2,000명 있어야 한다. 혹은 1년에 7만 5,000달러만 있어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면 액수를 하향 조정해도 된다. 또 당신에게 동업자나 파트너가 있다면 필요한 액수가 두 배로 늘어나므로 2,000명의 팬을 모아야 하는 것이다.
진정한 팬의 지지를 계산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은 매년 그들이 받는 하루치 임금을 얻는 걸 목표로 삼는 것이다. 그들이 하루 동안 일해서 번 돈을 받을 수 있을 만큼 그들을 흥분시키거나 즐겁게 해줄 수 있는가? 상당히 높은 기준이다. 하지만 전 세계에 당신으로 인해 자극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이 1,000명쯤 존재하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다.
그리고 물론 모든 팬들이 골수팬인 건 아니다. 진정한 팬 1,000명의 지지만 있으면 생활을 꾸려나가기에 충분할 수도 있지만, 그런 진정한 팬 한 명이 더 불로 모을 수 있는 일반 팬이 2 ~ 3명 정도 존재할 수도 있다. 진정한 팬들이 한가운데에 있고 일반 팬들이 더 큰 원을 그리면서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동심원을 생각해보자. 일반 팬들은 당신이 만든 창작물을 가끔식 구입하거나 생애 단 한 번만 구입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이런 구매가 당신의 총 수입을 늘려준다. 어쩌면 50퍼센트의 수입이 추가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당신은 계속해서 골수팬들에게 집중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 진정한 팬들의 열정이 일반 팬들의 후원을 증가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팬들은 수입의 직접적인 원천일 뿐 아니라 일반 팬들을 위한 중요한 '마케팅 동력'이기도 하다.
팬, 고객, 단골은 언제나 우리 주변에 존재해 왔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새로운 점은 무엇인가? 몇 가지가 있다 과거에는 고객들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는 게 기본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창작자들이 소비자들과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된다. 심지어 출판사, 스튜디오, 레이블, 제조업체들도 고객들의 이름 같은 중요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수백 년 동안 영업을 해온 뉴욕의 출판사들 가운데 헌신적인 핵심 독자들의 이름을 알고 있는 데는 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창작자들이 이런 중개자들(대개의 경우 하나 이상인)의 존재 때문에 훨씬 많은 고객을 확보해야만 성공할 수 있었다. 인터넷이라고 불리는 사용자 간 직접 통신과 지불 시스템이 보편화되면서 이제는 누구든 세상 모든 사람에게 직접 물건을 팔 수 있는 훌륭한 도구를 확보하게 되었다. 오리건 주에 사는 창작자가 뉴욕의 레코드 레이블만큼 손쉽게(어쩌면 그보다 더 쉽게) 네팔 카트만두에 있는 누군가에게 자기 노래를 직접 판매하고 보내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신기술 덕분에 고객은 더 쉽게 팬이 되고, 창작자는 지급된 돈을 전부 가져갈 수 있기에 필요한 팬 수를 줄일 수 있다.
웹사이트와 같은 사용자 간 네트워크의 주요 장점은 클릭 한 번으로 가장 인기 있는 노드에서 무명의 노드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가장 알려지지 않고 잘 팔리지 않는 책과 노래, 아이디어와 가장 잘 팔린 책과 노래, 아이디어는 클릭 하나 차이라는 뜻이다. 인터넷이 처음 부상하던 시기에 이베이, 아마존, 넷플릭스 등 대량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잘 안 팔리는 모든 무명 제품의 총 판매량이 가장 잘 팔리는 몇 개 안되는 제품의 판매량과 동일하거나 때로는 그걸 넘어서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크리스 앤더슨은 이 같은 현상에 '롱테일(Long Tail)'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1년에 겨우 몇 개씩만 팔리는 제품들은 끝없이 이어지는 낮은 선을 이루어 괴물처럼 갑자기 수직으로 치솟는 베스트셀러 몇 개의 긴 "꼬리"를 형성한다. 하지만 꼬리차 차지하는 영역이 머리만큼이나 거대하다. 이런 사실을 알게된 대형 업체들은 고객이 무명의 제품을 클릭하도록 유도할 좋은 동기가 생겼다. 그들은 롱테일의 희귀한 창작물에 관심을 끌어 모으기 위한 추천 검색엔진과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심지어 구글, 빙, 바이두 같은 인터넷 검색회사들도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을 검색하는 사람들에게 보상을 하는 게 자신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그들 또한 롱테일 법칙을 이용해 광고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가장 알려지지 않았던 대상들이 세상에 조금씩 알려지게 되었다.
당신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200만 개의 작은 도시 가운데 하나에 산다면, 당신은 그 도시에서 데스메탈 음악을 광적으로 좋아하거나, 속삭이는 소리에 자극을 받거나, 왼손잡이용 낚시 릴을 원하는 유일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인터넷이 존재하기 전에는 그런 욕구를 충족시킬 방법이 전무했다. 어떻게든 혼자서 그 취미에 필요한 것을 구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 클릭 한 번이면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다. 뭔가를 만들어내는 창작자인 당신이 어느 분야에 관심이 있든 간에, 클릭 한 번으로 1,000명의 진정한 팬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터넷상에 이런 팬 기반을 확보하고 있지 않다면 아무것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제품도, 아이디어도, 욕구도) 말할 수 있다.
당신이 만들거나 생각한 모든 것은 100만 명 중 최소한 한 사람의 관심은 끌 확률이 매우 높다. 100만 명 가운데 단 한 명만 관심을 보인다고 치더라도 지구상에는 잠재적으로 그런 사람이 7,000명이나 존재한다. 이 말은 곧 100만 명당 한 명만 당신에게 매력을 느끼면 1,000명의 진정한 팬을 찾고도 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좀 더 정확히 말해 그들이 당신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곧 성공의 비결이다.
진정한 팬들이 창작자를 도울 수 있게 해주는 다양한 혁신 가운데 하나가 '크라우드 펀딩'이다. 팬들이 당신의 다음 작품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게 하는 건 특별한 재능이다. 어느 면에서 보나 모두에게 유리한 일이다. 현재 전 세계에는 약 2,000개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 존재하는데, 대부분 특정한 분야를 전문으로 한다. 과학 실험, 밴드, 다큐멘터리 제작 등을 위한 돈을 모금하는 것이다. 각 사이트마다 특수한 관심사 외에도 독자적인 요건과 서로 다른 펀딩 모델을 갖고 있다. 어떤 플랫폼은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하면 한 푼도 받지 못하는' 펀딩 목표를 요구하기도 하고, 어떤 곳에서는 부분 펀딩을 허용하기도 한다. 완료된 프로젝트를 위한 돈을 모으는 곳도 있고, 페트리온처럼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주는 곳도 있다. 페트리온 후원자들은 월간 잡지나 동영상 시리즈, 아티스트의 생계에 필요한 자금을 댈 수 있다.
가장 유명하고 규모가 큰 크라우드 펀딩 업체는 킥스타터이다. 지금껏 킥스타터는 10만 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위해 25억 달러를 모금하는 데 성공했다. 킥스타터에서 성공을 거둔 프로젝트의 평균적인 후원자 수는 290명으로, 1,000명보다 훨씬 적다. 이는 곧 당신에게 진정한 팬이 1,000명 있다면 크라우드 펀딩 캠페인을 언제든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진정한 팬이라면 당연히 당신을 위한 자금 제공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1,000명의 진정한 팬을 모으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때로는 골치 아픈 일들도 발생한다. 따라서 모든 사람에게 가능한 일은 아니다. 성공하면 하루 종일 매달려서 신경써야 하는 일이 또 하나 생길 수도 있다. 아니면 지속적인 기술투자를 필요로 하는 소모적이고 힘든 시간제 과업이 될 것이다. 팬들과 상대하고 싶어 하지 않는 창작자들도 많고, 솔직히 말해서 그러지 않는 편이 낫다. 그들은 그냥 그림을 그리고, 바느질을 하고, 음악을 만들면서 골수팬들을 상대할 사람을 따로 고용해야 한다. 당신이 그런 상황이라서 팬들을 상대할 사람을 추가할 경우, 그 조력자 때문에 기존의 공식이 어긋나서 필요한 팬 수가 늘어나겠지만 그게 최선의 조합일 수도 있다. 당신이 거기까지 나아간다면 팬을 상대하는 일은 레이블, 스튜디오, 출판사, 소매업체 같은 중개업자들에게 '하청'을 주는 게 좋지 않겠는가? 그들이 당신을 위해서 일해 준다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들은 당신보다 이런 일을 능숙하게 해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1,000명의 진정한 팬과 관련된 수학은 단순한 이항 선택이 아니다.
이길로 가면서 다른 선택안을 배제시킬 필요는 없다. 나를 비롯한 많은 창작자들이 주류 중개인들 외에도 골수팬들과의 직접적인 관계를 활용하고 있다. 뉴욕의 대형 출판사 몇 곳에서 책을 출판한 적도 있고, 자비 출판도 해봤고, 내 진정한 팬들에게 공개하기 위해 킥스타터도 이용해 봤다. 출간할 책의 내용과 내 목표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를 막론하고, 진정한 팬의 기반을 키운 것이 내가 선택한 길을 풍요롭게 해주었다.
그러니 이제, 당신도 도전해보라.
사람들이 당신을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를 모색해보라.
생각보다 쉽고 빠르게, 당신은 성공할 것이다.
[원문]
팀 페리스, "타이탄의 도구들", 2017, p 122 ~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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