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릭 시버스는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최고의 교사이자 최고의 트리에이터이자 최고의 장난꾸러기이다. 1998년 데릭은 CD 베이비라는 온라인 음반 스토어를 만들었는데, 15만 명의 음악가가 등록되어 연간 1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2008년 데릭은 CD 베이비를 220억 달러에 매각한 뒤, 그 수익금을 음악 교육을 위한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그는 가장 인기 있는 테드 컨퍼런스의 강연자이자 우드 에그(Wood Egg)라는 자신의 회사를 통해 33권의 책을 펴낸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성공'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냐는 질문에 데릭은 이렇게 답했다. "세 번째 떠오르는 게 정답이다."
어떤 질문에 가장 먼저 떠오느를 대답은 별로 재미가 없다. 그냥 자동으로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지금 머릿속에 떠오느르는 그 첫 번째 그림은? 모나리자. 천재의 이름을 한 명 댄다면? 아이슈타인. 퍼뜩 생각나는 음악가는? 모차르트.
이를 두고 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즉각적이고 무의식적인 '자동 사고'라고 불렀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자동 사고가 아니다. 자동 사고보다 느리지만 의식적이고 이성적인 사고가 있다. 데릭은 이 의도적 사고를 활용해야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이렇게 말헀다. "성공,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아마 리처드 브랜슨이나 스티브 잡스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이들을 떠올려 답을 할 때 잠시 숨을 고르며 세 번째 인물을 생각해보라. 좀 더 다르고 새로운 인물이 나타날 것이다. 할아버지나 아버지처럼 교과서에는 실리지 않았지만 뭔가 가치 있는 삶을 살았던 인물이 떠오를 때 우리는 성공에 대해 더 근원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게 아이디어의 진보이고, 발전이다."
데릭은 "성공하려면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마크 앤드리슨의 철학을 유감없이 실천에 옮겨 대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사업 아이템을 고민하던 그는 어느 날 우연히 뉴욕 주 우드스톡에 있는 작고 귀여운 레코드 가게를 방문했다. 매장에는 그 지역 뮤지션들이 위탁판매 CD가 진열돼 있었다. 그는 주인에게 물었다. "여기서 내 CD를 팔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주인이 답했다. "원하는 판매가를 정해주세요. 그러면 우리는 CD가 한 장 팔릴 때마다 4달러의 수수료를 받아요. 매주 한 번씩 방문하시면 수수료를 제외한 판매 금액을 드릴게요."
그날 밤 데릭은 새롭게 웹 사이트를 만들었고 이렇게 공지했다.
"원하는 판매가만 직접 정하세요. 우리는 CD 한 장당 4달러의 수수료만 받고 나머지 판매금액은 매주 정산해드리겠습니다. "
그런데 작업을 하다 보니 새로운 앨범 한 장을 시스템에 등록하는데 45분이나 걸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앨범 표지를 스캔하고 포토샵으로 작업해 필요 없는 부분을 잘라내고, 뮤지션이 직접 쓴 앨범 소개문의 맞춤법 오류를 수정하는 등 생각지 못한 잡다한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천천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자신이 들이는 45분이라는 시간이 25달러의 가치가 있다는 답을 얻었다. 그는 사이트에 등록하려는 사람들에게 25달러의 등록비를 받기로 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비용 면에서 볼 때 25달러와 35달러는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10달러와 50달러라면 얘기가 다르다. 하지만 25달러와 35달러는 머릿속에서 똑같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지 않겠는가? 데릭은 좀 더 고민하다가 마침내 등록비를 35달러로 책정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단지 가격을 올린 차원이 아니었다. 누군가 분명 깎아달라고 부탁할 것에 대비한 여유분 확보도 염두에 두었다. 별 것 아닌 듯 보이지만 이 미세한 차이는 결과에서 엄청난 차이를 불러온다."
데릭은 가격을 올림으로써 사람들이 좋아하는 가격 할인에도 성공 할 수 있었다. 35달러의 등록비와 CD가 한 장 팔릴 때마다 4달러의 수수료, 그리고 종종 벌인 할인 이벤트. 이 3가지가 데릭의 사업을 10년 동안 가능하게 했다. "좀 더 느리게 생각할수록 상황이 단순해지면서 가야 할 길이 보인다. 사업 아이디어를 다수가 즉각 쉽게 떠올리는 패턴에 맡기지 않았기에 나는 온라인 비지니스 아이템을 동네 레코드 가게에서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방문한 지 5분 만에 내 사업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 답을 얻었다. 성공은 이처럼 늘 역설적이다. 느리게 가면 가장 좋은 것을 빠르게 얻는다."
다음은 데릭이 자신의 강연을 듣기 위해 모인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다. 그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면 분명 당신은 뭔가 바뀌어 있을 것이다. 천천히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산타모니카 해변 근처에 살 때 저는 한 친구 덕분에 자전거 타기에 푹 빠진 적이 있습니다. 당시 해변 옆으로는 아주 훌륭한 자전거 도로가 40킬로미터 가까이 뻗어 있었죠. 난 그 도로에 접어들면 고개를 푹 숙이고 페달을 최대한 힘차게 밟으면서 새빨개진 얼굴로 씩씩거리며 달렸습니다. 그렇게 도로 끝까지 전속력으로 달렸다가 전속력으로 다시 돌아오는 게 제 운동 습관이었어요. 그때마다 타이머로 시간을 재면 늘 43분이 걸렸죠.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자전거 도로를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줄어들었어요. 전속력으로 달릴 생각을 할 때마다 고통스러운 느낌이 먼저 들었던 겁니다. 그래서 하루는 이렇게 생각했죠. '너무 빨리 달리지 말고, 그렇다고 아주 느리게는 아니더라도 그냥 좀 느긋하게 달려보자.'"
그날 똑같은 도로를 달리는 동안 몸을 똑바로 세우고 평소보다 주위를 더 많이 둘러보았습니다. 바다 쪽을 바라보니 돌고래들이 점프하는 모습이 보였죠. 반환점 부근에서는 펠리컨 한 마리가 제 머리 위를 날아다녔습니다. 위를 쳐다보며 '와, 펠리컨이네!'라고 감탄하는 순간 그놈이 제 입에 똥을 싸더군요.
어쨌든 중요한 건 아주 멋진 시간을 보냈다는 겁니다. 정말 순수하게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지도 않았고 숨을 씩씩 몰아쉬지도 않았죠. 그리고 완전히 돌아와 자전거를 멈추고는 평소처럼 타이머를 들여다보니, 45분이 막 지나 있었습니다. 세상에, 어떻게 45분밖에 걸리지 않았을까요? 이건 정말 말도 안 됐어요. 하지만 사실이었습니다. 43분이 아니라 45분... 이 2분 차이에서 깨달음을 얻은 저는 인생에 접근하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눈치 채셨나요?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과 숨 막히는 고통과 스트레스는 제 삶에서 겨우 2분의 시간을 줄여주었을 뿐입니다. 극한의 노력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별 것 아닌 헛된 노력이었죠.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온갖 군데서 돈을 최대한 짜내고 분초를 다투면서까지 시간을 빈틈없이 쓰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건 '멈추는 것'입니다.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으악'하는 소리를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게 신호입니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지 마십시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라고 틈틈이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상 신호를 감지하고 멈출 줄 아는 것, 그리고 좋은 신호를 얻기 위해 2분 정도 기다려줄 줄 아는 것. 그것이 곧 우리가 추구해야 할 성공입니다.
다른 타이탄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천천히 해도 충분하다. 우리가 저지른 실수들은 대부분 나태함 때문이 아니다. 야심과 욕심 때문이다. 그러니 명상을 하든,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벗어나 나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쓰든, 아니면 지금 대화를 나누거나 함께 있는 사람에 집중하든지 하면서 속도를 늦춰야 한다."
[원문]
팀 페리스, "타이탄의 도구들", 2017, p 82 ~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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