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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의 도구들 #18] 모든 길은 스스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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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로드리게즈는 영화감독이자 각본가, 제작자, 촬영감독, 편집자, 뮤지션이다. 기존의 장르를 완전히 뒤엎은 혁신적인 케이블방송 네트워크인 '엘 레이 네트워크'의 설립자이자 회장이기도 하다.

그는 텍사스 대학교 재학시절, 첫 장편영화의 시나리오를 썼다. 그리고 한 약품연구소의 임상실험에 참여해 받은 돈으로 그 시나리오를 영화로 만들었는데, 바로 〈엘 마리아치〉였다. 이 영화는 선댄스 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고, 메이저 배급사를 통해 개봉된 역대 최저예산 영화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 후 〈데스페라도〉 〈황혼에서 새벽까지〉 〈스파이 키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 〈씬 시티〉 등의 각본과 연출을 맡아 세게적인 감독 반열에 올랐다.

로버트와 팀 패리스의 인터뷰는 대단했다. 그는 끊임없이 홈런을 터뜨렸다. 다른 인물들과의 인터뷰보다 훨씬 길지만 그만큼 심도있고 가치 있는 내용을 담았다. 

 

 

로드리게즈 리스트

영화판에는 '로드리게즈 리스트'라는 말이 있다. 이는 로버트가 〈엘 마리아치〉를 만들 때 탄생했다.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자산'을 적어놓은 다음 그 리스트에 맞춰 영화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그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나는 내가 가진 것들을 모두 살펴보았다. 친구 카를로스가 멕시코에 목장을 갖고 있었다. 악당이 숨어 있을 만한 장소로 딱이었다. 카를로스의 사촌은 술집 주인이었다. 술집은 으레 첫 싸움이 펼쳐지는 장소 아닌가? 나쁜 남자들이 모이는 곳이니까. 그의 또 다른 사촌은 버스 한 대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래서 버스에서 벌어지는 액션을 영화 중간에 삽입했다. 그에게는 핏불 테리어도 있었다. 그래서 이 개도 출연시켰다 나의 또 다른 친구는 야생에서 우연히 잡은 거북이를 키우고 있었다. 거북이도 출연할 수 있게 시나리오를 수정했다. 촬영을 위해 동물을 다루는 전문가를 따로 섭외한 것처럼 보이면 영화의 가치가 올라간가."

 

로버트는 거의 빈털터리였지만 이처럼 오직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만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영화를 만들었다. 총 제작비는 7,000달러가 들었다. 그는 이 영화를 7만 달러만 주면 언제든 팔아치울 생각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컬럼비아 영화사가 배급권을 사들여 개봉했고, 급기야 선댄스 영화제에서 상까지 받았다. 그는 수상식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마도 내년에는 출품작이 더 늘어날 겁니다. 이렇게 제작지도 스텝도 없이 찍은 영화가 상을 받았다는 걸 알면 너도 나도 카메라를 들고 세상에 뛰어들 테니까요."

 

정말로 그 이듬해 선댄스 영화제의 출품작들은 봇물 터지듯 늘어났다. 로드리게즈 리스트는 '저예산영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냈다

 

 

한계 안에는 자유가 들어 있다. 

로버트는 아무도 〈엘 마리아치〉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말로 시험 삼아 찍은 영화였으니까. 스페인어 시장에 팔 수 있는 두 세 편의 영화를 만들어 돈을 모은 다음 영어로 된 진짜 첫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첫 작품에 대해 전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생각이었다면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영화제에 출품할 줄 알았다면 10배는 더 시간을 들였을 것이고 어떻게든 제작비를 빌려서 완성도를 높였을 것이다. 잡음이 심한 카메라 때문에 동시 녹음이 불가능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메이저 영화사에서 배급할 줄 알았더라면 더 화려한 의상, 더 좋은 촬영도구, 더 많은 스텝을 고용해 진짜 더 멋진 영화를 만들었을 것이다!

 

어쨋든 로버트는 유명세를 얻었고, 몇 편의 영화를 더 만들다가 문득 그의 남은 인생을 바꿔놓을 만한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말한다. 

 

"거북이, 개, 술집, 목장, 버스만 활용해야 하는 상활일 때 나는 더 자유로울 수 있었다. 한계는 곧 자유였다. 한계 안에서는 완전히 자유였다."

 

멋진 깨달음이 아닐 수 없다. 변명은 세상에서 가장 쓸 데 없는 짓이다. 자금도 없고 연줄도 없을 때 더 크게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조시 웨이츠킨의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알리바바 그룹의 창업자인 마위 회장 또한 이렇게 말한 적 있다. "우리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세 가지다. 돈도 없고, 기술도 없고, 계획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가 최대한 신중한 자세로 돈 없어도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를 최대한 짜내려 노력했기 때문이다."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기

그가 〈황혼에서 새벽까지〉를 촬영할 때의 일이다.

특수효과 담당자가 폭발 신에서 불꽃을 너무 과하게 터뜨려 배우들이 건물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는 영화에도 그대로 담겼다. 촬영세트가 다 망가지고 불에 타고 말았다. 미술감독은 울음을 터뜨렸고, 모든 스텝이 난리가 났다. 단, 두 사람, 조감독과 로버트를 제외하고. 조감독이 그에게 물었다. "감독님 생각도 저와 같으신가요?" 그가 답했다. "물론이야. 이대로 가자고. 다 타버린 것도 뭔가 느낌이 있네. 꼭 손봐야 할 것만 고치고 그대로 갑시다."

로버트는 모든 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에 우리가 '안 되면 주어진 상황을 창의적으로 활용한다'는 대안을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떻게 하면 돈과 시간이 충분했을 때보다 더 나은 상황으로 바꿀수 있는가?'를 계속 궁리할 줄 알아야 한다. 

〈라스트 모히칸〉 〈맨 헌터〉 〈인사이더〉 등의 걸작을 만든 마이클 만 감독은 속도감 넘치는 편집으로 명성이 높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내가 뛰어나서가 아니다. 특수효과 팀을 고용하지 못한 영화에서 유독 그런 평가들이 나온다. 그러니까 돈도 시간도 없어서 편집도 거의 내가 해야 하고 배우에게 케첩도 내가 뿌려야 할 때, 평단과 관객들의 찬사 때문에 나는 무조건 영화를 그런 식으로 만들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살아가는 로버트 로그리게즈와 마이클 만에게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로버트가 그 답을 내놓는다. "돈과 시간이 없어 창의적일 수밖에 없는 영화에서는, 충분한 여건에서는 만들어 낼 수 없는 불꽃이 팍팍 튀어 오른다. 그러면 관객들은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어쩐지 마음에 든다. 이상하게 자꾸만 보고 싶어진다'라는 평을 남긴다. 예술은 불완전할 때도 반드시 있어야 하는 법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모두가 같은 문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로버트는 세상의 보편적인 문법을 따르지 않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모두가 왼쪽 길로 갈 때 그는 오른쪽 길을 탐사했다. 거기서 아무도 떠올리지 못한 아이디어를 만날 수 있었다. 그에게 성공이란 '무리를 까라자기 않는 것'이었다. "영화판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영화제에 있어서는 안 된다. 영화제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영화제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같은 문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하지만 모두가 들어갈 수는 없다."

좀 더 크게 생각을 하면 경쟁이 덜 심한 곳이 보인다. 로버트는 오랫동안 TV 분야로 진출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NBC 방송국의 금요일 저녁 7시 자리를 노리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경쟁을 포기하고 그대신 직접 네트워크를 소유하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생각해보라. 방송 네트워크를 소유하려고 하는 사람이 대체 얼마나 될까? 아무도 없다. '엘 레이' 같은 언더그라운드 방송사를 구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실행 가능한 탄탄한 사업 계획과 비전을 가진 사람은 아마도 로버트를 포함해 미국 전역에서 10명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NBC 방송국의 주말 저녁 프로그램을 따기 위해 최고 2만 명 정도가 경쟁한다는 통계자료는 , 우리가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성공하려면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먼 곳까지 내려다봐야 한다. 낮은 곳에서는 대부분 길을 잃거나, 길에 갇히고 만다.

 

 

몰라도 된다

사람들은 로버트가 음악도 만들고 그림도 그리고 작곡도 하고 촬영 감독고 하고 편집도 하고.... 정말 많은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은 단 한 가지, 창의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창의성만 불어넣으면 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촬영장에서 종종 기타를 치고 유명 화가들을 초대해 휴식 시간에 배우들이 그림을 배울 수 있도록 한다. "어떤 일이든 기술적인 부분은 10퍼세트이고 90퍼센트는 창의성이다. 창의성을 발휘하는 방법을 안다면 싸움의 절반은 끝낸 셈이다. 창의성을 발휘할 줄 알면 무대에서 내가 어떤 음악을 연주해야 하는지는 몰라도 된다. 전설의 기타리스트 지미 본은 이렇게 말한 적 있다. '나는 내가 10초 전에 무엇을 연주헀는지도 모른다.' 대가들에게 물어보면 모두 비슷한 답을 내놓을 것이다. 팀 패리스는 화가 세바스천 크루거에게 그림을 배우기 위해 독일에 간적이 있다. 그를 따라 열심히 그려봤지만 늘 결과는 쓰레기통에 더 가까웠다. 그런데 세바스천에게는 뭔가 자신만의 특별한 붓놀림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인물화를 그릴 때 그는 턱을 조금 그리다가 눈을 조금 그리고, 그러다가 코를 조금 그리고...뭔가 심오한 뜻이 숨어 있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말헀다. '몰라요. 무엇부터 그릴지, 다음에는 뭘 그릴지 항상 그때그때 달라요.' 미칠 지경이었다. 그러다가 자리에 앉아 그냥 묵묵하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더니 언제부터인가 갑자기 작가도 세바스천처럼 얼굴을 그리고 있었다. 정말 놀라웠다. 그래서 그 깨달음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늘 전달한다. '몰라도 됩니다'라고.

 

자신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사람, 남들은 다 잘 아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다. 걱정하지마라. 남들도 잘 모른다. 모른다는 것이 핵심이다. 꼭 알지 않아도 된다. 그냥 앞으로 계속 가면 된다.

 

"꼭 비결을 캐내고, 뭔가를 알아야만 열심히 몰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런 방식에서 벗어나야 자연스럽게 몰입이 된다. 무엇이 나를 창의적인 몰입으로 이끄는지 거의 4년 동안 배우고, 묻고, 생각했지만 얻은 답은 없었다. 다만 아무것도 모르는데도 어느 새 내 자신이 저절로 몰입을 허용하고 있었다."

 

마음을 열어 창의성이 흘러나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지난번에는 됐는데, 내가 또 그런 성공을 할 수 있을까?' 등과 같은 의심이 고개를 드는 순간 창의성은 막혀버린다. 토니 로빈스도 조언했듯이 '의심하는 나'에서 벗어나야 저절로 길이 열린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도, '몰라도 된다'는 믿음을 갖고 캔버스에 붓을 가져가라. 일단 붓을 가겨자면 어디로 가야 할지는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당신의 직관을 믿어라

〈대부〉 〈지옥의 묵시록〉 등을 만든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실패는 오래 가지 않는다. 젊을 때는 해고 사유였던 일로, 늙어서는 평생 공로상을 받을 수도 있다."

로버트는 프랜시스 코폴라의 이 말을 가장 좋아한다. 그는 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배우기 위해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성공에는 그것을 가능하게 한 '열쇠'가 들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다 타버린 잿더미도 한참 들여다보면 분명 뭔가를 찾을 수 있다. 언젠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포 룸〉이란 영화를 같이 하자고 제안해온 적이 있다.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본능적으로 즉각 승낙했다. 영화는 흥행에 참패했다. 하지만 나는 두 가지의 성공 열쇠를 찾을 수 있었다. 〈포 룸〉을 찍을 때 나는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멋진 멕시코 소년을 각각 아버지와 아들 역으로 캐스팅했었다. 그리고 아시아 출신의 엄마 역할을 위한 체구가 아담하면서도 신비롭고 매력적인 여배우를 캐스팅했다. 영화의 시간적 배경이 12월 31일이었기에 이 세 가족은 멋진 정장을 차려 입고 새해를 맞이할 작정이었다. 그들의 턱시도와 드레스 정장 차림은 정말 멋졌고 진짜 가족처럼 보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와우, 007 제임스 본드가 가족이 있다면, 꼭 이럴 것 같지 않냐? 흠... 엄마와 아빠는 국제 스파이로, 아들은 부모가 스파이인 줄 꿈에는 모르는 그런 이야기를 만들면 어떨까?' 나는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스파이 키드〉 시리즈를 만들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이것이 〈포 룸〉이 흥행에 참패했을 때 발견됐다. 〈포 룸〉이 각각 4가지 이야기로 이루어진 것은 아주 참신하고 독창적인 발상이었다. 하지만 이 4가지 이야기를 각각의 감독에게 맡겨, 한 영화에 무려 감독이 4명이나 붙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컸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나는 판단했다. 4가지 이야기를 한 명의 감독이 만들었다면 관객들이 훨씬 더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포 룸〉의 장점을 극대화해서 다시 도전했다. 그렇게 탄생한 영화가 〈씬 시티〉였고, 성공했다."

〈포 룸〉의 실패를 통해 새로운 성공을 얻은 이 이야기야말로 프랜시스 감독의 "실패는 오래 가지 않는다"는 주장을 입증하는 훌륭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 실패는 오래 가지 않는다. 나중에 돌아보면 실패가 아니라 자신에게 꼭 필요한 중요한 발전의 순간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로버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직관을 믿어라."

 


[원문]

팀 페리스, "타이탄의 도구들", 2017, p 200 ~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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