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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의 도구들 #20] 아름다운 것은 빠르게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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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 밀러는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완화치료 전문의이자 젠 호스피스 프로젝트의 자문위원이다. 존엄하고 품위 있게 삶의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는 방법을 깊이 통찰한다. 한마디로 '죽임 전문가'다. 지금껏 그는 죽음을 앞둔 1,000명의 환자를 인도하면서 작은 변화가 우리 삶을 극적으로 개선해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015년 '삶의 끝에서 진정 중요한 것은'[1]이란 주제로 펼친 그의 테드 강연은 그해 가장 높은 조회수 15위 안에 들었다.

 

 

결국엔 사라진다는 사실에 경배하라

그는 힘든 일이 있을 때면 하늘을 올려다보라고 권한다. "1분 동안 밤하늘을 쳐다보면 우리가 모두 같은 시간에, 같은 별에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지구는 우리가 아는 한 생명이 존재하는 유일한 행성이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별은 빛이 이곳에 도착하는 순간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처럼 우주에 관한 사실이 경외심을 선물할 때 우리의 불안과 두려움은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특히 죽음의 문턱에 놓인 사람들은 우주와 더 큰 교감을 한다. '아주 빠르고 짧은 것들은 모두 아름답다'는 걸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멸한다는 것, 사라진다는 것은 발안이 아니라 아름다움 후에 남은 평화라는 걸 깨닫기 때문이다."

삶의 끝에서 우리는 유성처럼 찰나의 속도로 스치고 사라지는 우리의 짧은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깨닫게 된다. 밀러는 그걸 좀 더 일찍 발견하는 사람이 더 풍요하고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삶은 매 순간 예측할 수 없이 변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한평생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분명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중간에 뛰어내리느라 그 누구도 생의 마지막 역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다. 죽음은 삶의 가장 획기적이고, 중요한 변화다. 슬픔이 아니라 축복이다."

 

 

삶은 변하기 때문에 아름답다

대학생 시절, 밀러는 감전사고로 두 다리와 한 팔을 절단한 다음 화상 병동에서 깨어났다. "화상 병동은 매우 특이한 곳이다. 소름끼치는 곳이기도 하다. 그곳 환자들은 끔찍한 고통을 겪는다. 그래서 화상 병동에서는 오래 버티지 못하는 의사들도 많다. 화상 병동에 있으면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 차단된다. 낮도 밤도 없다. 병실에는 창문도 없었다. 침대 옆에 사람들이 있어도 다들 완전 무장을 하고 있다. 아무것도 만질 수 없다. 무엇보다 고통이 너무 심하다 보니 어딘가에 주의를 기울일 여유가 없다. 나는 그곳에서 겨울을 맞이했다. 어느날 담당 간호사가 병실에 들어와 내 남은 한 손에 뭔가를 올려놓았다. 작은 눈뭉치였다. 화상 때문에 딱딱하고 보기 흉한 염증으로 가득한 내 피부와는 너무나 다른, 너무나 생생한 촉감에 나는 깜짝 놀랐고, 눈이 천천히 녹아 물이 되는 모습은 기적이었다. 눈뭉치라니.....

아, 이 작고 사소한 것이 내 온몸의 죽은 감각들을 이렇게 뚜렷하게 깨워놓다니! 눈물이 났다. '이게 바로 살아 있는 것이구나'하는 깊은 깨달음이 나를 오랫동안 흐느끼게 했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다. 하얀 눈이 보이지 않는 물로 변하듯, 삶도 매 순간 변한다는 것을, 그래서 너무나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고 난 후 나는 병실 문을 나설 수 있었다. 만물은 그거 일시적인 순간에 존재할 뿐이다.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아주 이상한 세계에 들어선 느낌이었고, 그래서 너무도 낯선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하나의 오랜 세상을 빠져나와 새로운 세상의 문을 살짝 연 느낌이었다. 몹시 강렬한 경험이었다."

 

 

생의 모든 순간을 사랑하라

두 다리와 한 팔을 읽은 사람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 이른 환자들을 보살피는 의사가 되는 삶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절망과 비탄에 잠겨 생을 마감할 수도 있었던 사람이 새로운 생의 출입구를 발견하는 순간은 또 얼마나 경이로운 아름다움인가.

밀러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우리는 충분히 보상받고 있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두려움에 휩싸일수록, 앞이 보이지 않을수록 우리는 매 순간 살아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 매 순간 구두끈을 고쳐 매고 배낭을 짊어진 채 삶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 뭔가 마음에 들지 않고 좌절하기 쉬운 곳에 있는가? 그렇다면 그건 아름다운 희망으로 가득 찬 곳으로 갈 날이 머지않았다는 뜻이다."


[1] TED - '삶의 끝에서 진정 중요한 것은'

 

 

 


[원문]

팀 페리스, "타이탄의 도구들", 2017, p 213 ~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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