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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4] 조직을 망치는 손쉬운 방법

Carpe Diem/scribble(끄적임)

by TOS_lab 2023. 7. 19.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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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약 10년 동안 규모가 꽤 되는 큰 공공조직에 근무했습니다. 

외부에서 카르텔로 불리던 조직이였는데, 카르텔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을 때는 매우 편안하게 근무할 수 있었습니다.

근무하다보면 제 가치관에 반하는 경우도 생기죠. 심각하게 제 가치관에 반하는 일을 강제해서 삶을 포기하려고 시도한 적도 있습니다. 이제는 떠난지 4년여가 지났고 떠날때도 괴롭혀 소송중이죠.

 

이제는 관심도 없는 회사지만 짧디짧은 인생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곳이다 보니 문뜩문뜩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대저희 대표님과의 대화에서도 "회사다녔을 때는 말이야~"라는 이야기를 할 때도 있죠.

 

그때마다 대표님은 다음과 같이 묻습니다.

"다시 돌아가고 싶어?"

제 대답은 한결 같습니다. 
"아니, 거기서 정년퇴임하면 후회만 남았을것 같아"

 

사업이라는게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고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보니 개척하고 만들어나가고 그 길을 다른 사람들이 이용해 주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불안감이 동반되죠. 

 

우연치 않게 대표가 제가 퇴사 직전에 회사에서 느꼈던 내용을 쓴 블로그 글을 포워딩했고, 이는 마음을 다스리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 지금 제가 이런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진 않는지 경각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도 되었구요.

 

마지막으로 대표님의 혜안에 탄복하지 아니할 수 없었습니다.

 

아래는 제가 과거에 작성했던 글입니다. 제가 몸 담았던 조직에 대한 실망감이 녹여져 있던 글을 공유합니다.

 


작년(2019년) 삼성전자 글로벌전략회의에서 미국 중앙정보국(이하 CIA)의 "영원히 변하지 않는 간략한 방해공작법"가 주요 공유 문서로 등장해서 신문기사로 난 적이 있다.

간략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간략한 방해공작법"

관리자

1. 항상 가장 중요도가 떨어지는 일을 먼저 배당하고 능률이 떨어지는 사람에게 일이 돌아가도록 한다.

2.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에 완벽을 기하도록 명령하고 마지막에 다시 해오도록 돌려보낸다.

3. 비효율적인 직원에게 상냥하게 대하고 부당하게 승진 시킬 것.

4. 급하게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회의를 잡아라.

5. 지시사항, 수표 발행 등에 관련된 절차와 결재 체계를 최대한 늘린다. 한 사람이 결정해도 되는 일에 세 사람이 승인을 하도록 한다.




요새 많이 도는 미국 첩보국의 '스파이 강령'은 진짤까? 참조

 

나 또한 이전 조직에서 위의 전략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대단한 능력을 가진 스파이를 접한 적이 있다.

그는 우히 신규 부서장이였다.

스파이는 연고주의를 통해 빠르게 부서장이 되었다. 그리고 대단하게도 위의 전략을 써서 단기간에 "조직붕괴!"라는 엄청난 성과를 얻어냈다.

스파이가 위의 5가지 전략을 조직에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1. 항상 가장 중요도가 떨어지는 일을 먼저 배당하고 능률이 떨어지는 사람에게 일이 돌아가도록 한다.

사례 1 :

업무 능률 제고를 목적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3개월 동안의 자리배치가 드디어 완료되었다. 3개월 동안 조직업무는 중단되었다. 그러나 그 기간 동안 부서장은 놀지 않고 극비리에 치밀하게 아이템이 하나를 준비하였다.

"새마을 운동"을 오마주로 한 레트로 감성의 캐치프레이즈이다. 이 짧고 짧은 캐치프레이즈와 아이콘 또한 외주발주하였다. 이 캐치프레이즈를 부서에서 작성하는 모든 문서 및 공문에 사용을 강제하였다.

사례 2 :

스파이는 Yes로 대답하는 사람만을 오른팔로 찾기 시작했다. 부서 사정을 가장 잘 알고 능력이 출중하며 덕망이 있는 직원은 구석진 방으로 보내버렸다. YES를 하지 않는 다른 출중한 직원은 다른 부서로 보내버렸다.

 

2.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에 완벽을 기하도록 명령하고 마지막에 다시 해오도록 돌려보낸다

사례 :

출장을 가기 위해서는 출장 목적 및 수행 업무를 구두로 먼저 설명하고 부서장 승인 후에 기안을 작성하고 결재 받는 것으로 바뀌었다. 단, 출장은 당일출장이 원칙이다. 현실적으로 업무량 및 스케쥴링이 많아 당일출장이 힘든 경우가 있지만, 당일에 출장할 수 있도록 관련 부서와 이야기 해서 어떻게든 업무를 조정해야 했다.

부서장이 바뀐 직후 1박2일 정도 업무상 출장을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겼다. 이틀 동안(목, 금)만 6번이나 구두로 설명하였으나 결국엔 당일출장만을 수락받았다. 오후 1시정도 결재를 기다리고 있는데 결재가 안나 금요일 오후 5시에 다시 연락을 했었다. 일박이일 출장으로 변경하라는 통보가 왔다.

그 후에는 출장을 가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3. 비효율적인 직원에게 상냥하게 대하고 부당하게 승진 시킬 것

사례 :

YES를 잘 한다는 이유로 A라는 사람을 팀장으로 승진시켰다. A는 그 분야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전무했다. 실장이 된지 5개월이 지났지만 업무의 우선순위도 정하지 못하며 기존 직원들에게 모든 업무를 전가하고 있다.

 

4. 급하게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회의를 잡아라

사례 :

이 스파이의 역량은 대단하다. 급하게 처리하는 업무 앞에 회의를 잡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업무를 당초계획보다 빠르게 진행하라고 하였다. 대형 프로젝트 업무이고 인허가도 받아야 해서 업무분장 및 스케쥴링을 위한 계획 수립이 필요했다. 2주간 야근하며 업무를 세세하게 재분류하고 이와 관련된 스케쥴링을 모두 조정한 "마스터 플랜(안)"을 작성하여 검토를 요청하였다.

회신이 없어서 다른 팀장에게 물어보니 이 업무에 대한 논의를 회피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래서 부서장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바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2주가 지나갔다. 이렇게 질질 끌면 끝나지 않을 것 같아 부서 내 회의를 요청하였고 회의일정은 잡혔다.

회의 당일 부서장은 조기퇴근하였다.

 

5. 지시사항, 수표 발행 등에 관련된 절차와 결재 체계를 최대한 늘린다. 한 사람이 결정해도 되는 일에 세 사람이 승인을 하도록 한다.

사례 :

정기적으로 타 기관에 보내는 공문이 있다. 원래는 부서장 결재 후 공문 발송이였으나, 결재라인에 부서가 하나 둘씩 늘기 시작했다. 물론 부서장은 관련 부서와 업무협의를 전혀 하지 않았다.

하루면 끝날 일이 한 달이 되었다. 실무자가 타 부서의 실무자를 설득하고 그 타부서의 실무자와 함께 그 부서의 부서장을 설득하는 일은 그 뻔한 결과물에 비해 너무나 많은 노력을 필요로 했다.

 

 

이렇게 내가 있었던 조직은 4개월만에 놀랍도록 붕괴되었다. 4개월 동안 부서에서 6명이 빠져나갔다.

4개월 전만해도 상대적으로 젊은 조직에 나이대도 비슷해서 서로 독려하고 격려하는 분위기였다 . 그러나 지금은 더이상 협력하지 않으며 맡은 업무에 Ownership도 사라졌다. 사라진 오너쉽에는 거기에는 놀랍도록 방관하고 부서장과 엮이지 않기 위해 눈치보며 몸을 사리는 개인만이 남았다.

CIA 보고서는 매우 예리하게 무너지는 조직의 속성을 파악하고 있었다.

또한, 스파이는 너무 유능해서 위 전략을 매우 손쉽게 조직에 적용하였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빠르게 무너지는 조직을 경험해봤고 이 놀라운 경험은 놀랍도록 신기하여 머리에 깊게 각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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