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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번역 및 요약) 버닝맨의 교훈 : 모임과 관객 개발 실천에 관한 사례 연구

데이타베이스/철학 및 사회 변화

by TOS_lab 2024. 12. 2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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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이것은 당신의 버닝입니다.”

 

버닝맨(Burning Man)에 대해 조금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다면, 이 문장을 곧잘 접했을 겁니다. 이 말은 버닝맨의 독특한 정신을 한마디로 보여주는데, “여기서 일어나는 모든 경험은 바로 당신 자신만의 이야기”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버닝맨은 미국 네바다 사막 한가운데에서 매년 약 일주일 동안 열리는 축제입니다. 뉴스를 통해, 혹은 인터넷 사진으로 접하면, “사막에서 사람들이 기이한 옷을 입고 춤추고, 파격적인 행동을 하며, 약물을 쓰고, 옷을 벗고 돌아다니는 곳” 정도로 보일 수도 있지요. 단지 그 외양만으로 “이상하고 과격한 파티”라고 넘기기엔, 버닝맨이 담고 있는 의미와 가치가 훨씬 깊습니다.

 

버닝맨은 하나의 거대한 예술 축제인 동시에, 커뮤니티와 사회적 실험의 무대입니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일주일간 거의 모든 사회적 규범과 틀을 내려놓고, 각자의 방식으로 창의력을 발휘하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어 나갑니다.

 

이 글은, 머피(Naima L. Murphy)의 2015년 학위논문(“버닝맨의 교훈: 모임과 관객 개발 실천에 관한 사례 연구”)을 통해 버닝맨이 지닌 함의를 살펴보려 합니다. 머피의 논문은 특히 예술 단체나 문화 조직이 “어떻게 새로운 관객을 발굴·확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을 버닝맨 사례에서 찾고자 시도했습니다.

 

즉, 단순히 사막에서 일주일간 열리는 축제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매년 찾아오는 강력한 흡인력은 어떻게 생겨났으며, 그들이 일주일 후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버닝맨의 정신을 간직하게 만드는 힘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깊이 탐구한 것입니다. 이제 글을 통해, 버닝맨의 철학, 역사, 운영 방식을 차례로 살펴본 뒤, 그 안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예술·문화 조직의 관객 개발 및 참여 확대 전략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2. 버닝맨이란 무엇인가

 

버닝맨(Burning Man)은 매년 8~9월 사이, 미국 네바다주 북부에 위치한 블랙 록 사막(Black Rock Desert)에서 열리는 일주일간의 축제입니다. 축제 기간에는 전 세계에서 모인 6~7만 명 이상의 참가자(흔히 ‘버너(Burner)’라고 부름)가 사막에 모여 듭니다. 각자 텐트나 캠핑카를 가져오고, 집에서 만든 예술 설치물, 공연 아이디어, 그리고 독특한 의상까지 챙겨서요.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 “블랙 록 시티(Black Rock City)”라는 임시 도시를 만듭니다.

 

이 도시는 전기나 수도 같은 인프라가 많지 않지만, 사람들은 직접 문제를 해결하고 함께 어울려 살아갑니다. 축제장 곳곳에는 음악 공연, 퍼포먼스, 아트 워크숍, 무료 음료나 간식을 나누는 캠프, 명상·요가, 춤파티 등 상상 가능한 거의 모든 종류의 활동이 열립니다.

 

버닝맨을 상징하는 것은 축제 말미에 불타오르는 거대한 나무 인간 형상인 “더 맨(The Man)”입니다. 축제 마지막 즈음, 참가자들은 함께 모여 이 인형에 불을 붙이고, 커다란 불꽃을 지켜보면서 일주일간의 모든 느낌을 정화하거나, 완전히 놓아버리는 의식을 갖습니다.

 

버닝맨 행사는 버닝맨 프로젝트(Burning Man Project)라는 비영리 조직에서 주관합니다. 이 조직은 연중 내내 예술가와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며, 버닝맨의 정신을 전 세계에 알리는 다양한 프로젝트(“지역 버닝(Regional Burning)”, 문화 워크숍, 예술 기부 등)를 진행합니다.

 

정리하자면, 버닝맨은:

  • 일주일 동안
  • 네바다 사막에서
  • 6~7만 명의 참가자가 모여
  •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예술·퍼포먼스·커뮤니티 활동을 펼치고
  • 마지막엔 거대한 나무 형상을 불태우는
  • 비영리 조직이 주관하는 축제

라고 간단히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내부 세계는,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채롭고 역동적이라고 합니다.

 

 

3. 버닝맨의 역사와 기원

 

버닝맨의 시작은 198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베이커 비치(Baker Beach)에서 아주 작은 모임으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래리 하비(Larry Harvey)와 제리 제임스(Jerry James) 등 몇몇 사람이 해변에서 나무로 만든 인간 형상(약 2~3미터 크기)에 불을 붙이는 예술 놀이를 즐겼는데, 이 장면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면서 규모가 점점 커졌습니다. 그러나 해변에서 불을 피우는 행사는 여러 안전·법적 문제가 있었고, 모여드는 인원을 감당하기도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1990년대 초부터는 장소를 아예 네바다 북부 블랙 록 사막으로 옮기게 됩니다. 사막에서의 자유로운 환경 덕분에, 축제는 3일에서 4일, 이후 일주일로 점차 늘어나며, 참가자 수도 수십~수백 명에서 수천, 수만 명으로 폭증합니다.

 

1996년 전후로 인터넷과 SNS가 퍼지면서 버닝맨 정보가 각지에 전해졌고, 더 많은 사람이 “이 사막 축제에 꼭 가보고 싶다”고 달려들었습니다. 축제가 커지자 조직 운영이 필요해졌고, Black Rock City LLC라는 형태를 거쳐, 현재는 버닝맨 프로젝트(Burning Man Project)라는 비영리 법인으로 발전했습니다. 이 비영리 조직은 “버닝맨 문화를 전 세계로 확장한다”라는 목표 아래, 예술가 보조금, 지역 축제(Regional Burn) 지원, 교육 프로그램, 홍보·컨설팅 등을 진행합니다.

 

요컨대, 버닝맨은 1986년 해변에서의 작은 불 피우기 놀이가 시작점이 되었지만, 지금은 매년 6~7만 명이 사막에 모이는 전 세계적인 예술·문화 축제가 되었습니다.

 

 

4. 버닝맨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

 

버닝맨은 언론이나 SNS에서 소개될 때, 자극적인 장면이 자주 부각됩니다. 예를 들어:

  • 알몸 참가자들
  • 약물을 즐기는 모습
  • 스킨십이 자유로운 파격적 파티 분위기
  • 화려한 불꽃 퍼포먼스

이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버닝맨은 사막에서 벌어지는 그저 레이브 파티약물·나체 축제”로 치부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그런 면이 있긴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버닝맨에 실제로 다녀온 사람들(‘버너’, Burners)은 이렇게 말합니다:

  • 영적 체험: 사원(Temple)에서 슬픔을 털어놓고, 마지막에 그것을 불태우며 큰 해방감을 느낀다.
  • 집단 창의성: 참가자들이 기발한 예술 설치물·퍼포먼스를 주도하고, 서로 영감을 주고받는다.
  • 선물(Gifting): 축제 안에서는 돈이 오가지 않고, 음식·물품·재능을 무료로 나누며 서로를 돕는다.
  • 사회적 해방: 일상의 규범에서 벗어나, 원하는 대로 옷을 입고 표현하며, 자율성을 만끽한다.

요즘엔 실리콘밸리의 구글·테슬라·페이스북 인사들이 즐겨 찾으면서, “버닝맨이 부유층의 특권 파티로 변질되었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버닝맨 프로젝트는 여전히 기본 원칙(탈상품화, 급진적 포용 등)을 지키려 노력합니다. 결국 버닝맨을 한눈에 통념적인 시선으로 “엉뚱하고 혼란스러운 축제”로만 보기는 쉽지만, 그 깊숙한 곳에는 협업, 포용, 공유, 영감 등 강력한 커뮤니티 가치가 흐르고 있습니다.

 

 

5. 버닝맨이 일궈낸 커뮤니티와 핵심 원칙

 

버닝맨은 10가지 핵심 원칙(10 Principles)을 공식적으로 제시합니다. 이는 2004년 래리 하비가 정리했으며, 버닝맨이 어떻게 운영되고 어떤 문화를 지향하는지 보여주는 지침서와 같습니다.

 

  1. 급진적 포용(Radical Inclusion)
  2. 기부(Gifting)
  3. 탈상품화(Decommodification)
  4. 급진적 자립(Radical Self-reliance)
  5. 급진적 자기표현(Radical Self-expression)
  6. 공동의 노력(Communal Effort)
  7. 시민적 책임(Civic Responsibility)
  8. 흔적 남기지 않기(Leaving No Trace)
  9. 참여(Participation)
  10. 즉시성(Immediacy)

 

 이 원칙들은 버닝맨 현장에서 매우 철저히 적용됩니다. 예컨대, ‘돈을 쓰는 행위’가 사실상 불가능해(철저한 탈상품화), 필요한 것은 서로 나누거나 무료로 제공받습니다(기부). 또, ‘흔적 남기지 않기’ 원칙 때문에 축제 후에는 수만 명이 모인 흔적이 사라질 만큼 청소를 철저히 합니다. 이 모든 게 합쳐져, “참가자가 곧 예술가”가 되고, 모두가 ‘공동체’를 이루는 독특한 문화를 구축하게 됩니다.

 

 

6. 버닝맨식 ‘관객 참여’의 의미

 

우리 대부분은 콘서트·전시·공연 등을 떠올릴 때, 무대 위 아티스트객석의 관람객이라는 구조를 상상합니다. 관객은 주로 보고 듣는 역할에 머물고, 무대 주도권은 예술가가 갖게 되죠. 하지만 버닝맨에서는 ‘관객’이란 개념이 무색합니다. 버닝맨에서는 참가자 누구나가 직접 공연·프로그램을 열 수 있고, 무언가를 창작해 내놓을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별도의 심사나 허락 절차가 (기본 안전수칙 외에는) 크게 필요하지 않습니다.

 

예컨대, 사막 한가운데에 독특한 예술 설치물을 세운 뒤, 누구든지 내부로 들어가 볼 수 있게 열어둔다면, 그 설치물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관람자가 곧 새로운 창작자가 되기도 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오늘 오후엔 내가 DJ를 할 테니, 모두 와서 춤추자!”라며 캠프에 공지를 내기도 하고, 혹은 무료 마사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처럼 버닝맨은 “수동적 관람”보다 적극적 참여를 지향합니다. 머피의 2015년 학위논문에 따르면, 이런 적극적 참여가 축제와 참가자를 연결하는 가장 큰 동력이 된다고 합니다. “내가 여기에 기여했다”는 만족감이 곧 행사에 대한 충성도로 이어진다는 것이죠.

 

예술 단체나 공연장도 이 원리를 참고해, ‘관객’ → ‘참여자’가 되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무대-객석 구조를 깨고, 관객이 직접 창작하거나 활동할 기회를 준다면, 훨씬 깊은 몰입과 감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버닝맨 사례에서 드러납니다.

 

 

7. 버닝맨과 전통 예술 조직의 접점

 

버닝맨에서 발견되는 창의적 참여 모델은, 현대 예술 조직에도 시사점을 줍니다. “어떻게 하면 새로운 관객을 끌어오고, 기존 관객이 더 자주 찾게 만들까?”라는 문제에, 버닝맨이 독특한 해답을 내놓는 셈입니다. 예를 들어, NEA(미국 예술기금)가 실시한 연구 보고서(When Going Gets Tough: Barriers and Motivations Affecting Attendance)에 따르면, 사람들이 예술 공연·전시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로 시간 부족, 높은 비용, 접근성 문제, 같이 갈 사람이 없음 등이 자주 언급됩니다.

 

하지만 버닝맨은 티켓 값도 상당히 비싸고(수백 달러~800달러 선), 네바다 사막까지 여행도 쉽지 않으며, 일주일간 사막에서 지낼 물과 식량까지 스스로 마련해야 합니다. 시간과 비용 면에서, 결코 편하지 않은 행사인 셈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수만 명이 몰려듭니다.

왜 그럴까요?

  • “1년에 단 한 번, 사막에서만 경험 가능한 특별함” 때문에, 시간과 돈의 장벽을 넘어서라도 참여합니다.
  • “색다른 공동체 체험”이 일어나는 곳이며,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와 창의성을 만끽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큽니다.
  • 행사 자체가 포용적 분위기를 갖춰서, 다소 엉뚱하고 독특한 사람들끼리도 어울리기 쉽습니다.

전통 예술 단체(오케스트라, 미술관, 무용단 등)도, 공연 전·후에 워크숍이나 관객 참여 프로그램을 마련해 새로운 체험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혹은 SNS를 통해 관객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협업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식으로 “관람자”를 “참여자”로 바꾸는 방향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버닝맨이 “협력”을 강조하듯, 예술 단체도 유료 인력만이 아니라 자원봉사자, 예술가, 후원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어 이벤트를 기획하고 실행한다면, 훨씬 풍부한 프로그램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내가 기여했다”고 느끼는 관객이 늘어나고, 재방문율과 지지도가 올라가는 선순환이 가능해집니다.

 

 

8. 버닝맨이 던져주는 교훈

 

머피의 2015년 학위논문을 통해, 버닝맨이 예술·문화 조직에 주는 대표적 교훈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참여자가 창작에 참여하도록 만들기
  2. 정체성과 커뮤니티 의식을 형성(버닝맨 참가자들은 스스로 “버너(Burner)”라는 정체성을 갖습니다.)
  3. 자율과 창의성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화
  4. 선물 경제와 탈상품화
  5. 즉시성과 몰입 경험

 

 

9. 맺으며

 

버닝맨을 “사막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파티”라고만 치부하기엔, 그 속에 담긴 10가지 원칙과 공동체 문화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 급진적 포용, 기부, 탈상품화, 급진적 자립, 자기표현, 공동의 노력, 시민적 책임, 흔적 남기지 않기, 참여, 즉시성

이 원칙들은 사막에서 일주일 동안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버너들이 일상으로 돌아간 뒤에도 삶의 태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버닝맨에서 느낀 해방감과 협력 정신을, 내 생활 속에서도 조금이나마 실천해 보자”라는 식이죠.

머피의 2015년 논문은, 특히 미국 예술 단체가 관객을 더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유지하는 방법을 고민할 때, 버닝맨이 “장벽이 많은데도(비용·거리 등) 꾸준히 수만 명을 끌어들이는” 그 힘의 원동력을 연구 사례로 삼았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예술 조직도 어떻게 비슷한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 버닝맨의 핵심 교훈을 간단히 다시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다섯 포인트는 문화·예술 단체뿐 아니라, 기업, 교육, 이벤트 기획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입니다. 예컨대, 팬덤 문화를 형성하려는 기업이라면, 고객(팬)이 행사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도록 권장해 보거나, 일부 상품을 ‘기부’ 형태로 풀어놓고 ‘팬 간 협력’을 이끌어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버닝맨을 무조건 이상화하기만은 어렵습니다. 행사 규모가 커지면서 교통 체증이나 안전 문제, “VIP 캠프” 논란 등도 생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버닝맨이 일궈낸 열정적인 참여 문화와 예술적 자유는, 오늘날 많은 예술·문화 조직이 배울 만한 값진 모델입니다.

 

결국, 이것은 당신의 버닝”이라는 문구가 상징하듯, 가장 중요한 건 각자에게 어떤 영감을 주고, 어떻게 일상에 적용할지입니다. 한번쯤 현실을 벗어나 창의적 대안을 꿈꾸고, 사람들과 협력해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 내고 싶은 이들에게, 버닝맨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유효한 무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원문 : 머피, 나이마 L. (2015). 버닝맨의 교훈: 모임과 관객 개발 실천에 관한 사례 연구. 드렉셀 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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