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이 문화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기존의 일방향적인 미디어 생산 및 공급 모델은 소비자 큐레이션 모델에 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1980년대까지만해도 대부분의 시청자는 고작 3개 정도의 채널 선택권밖에 없었다. 위성혁명과 함께 더 많은 채널이 생겨났으며 현재는 인터넷의 등장과 스트리밍 서비스의 호황으로 사전 스케쥴로 내보내는 전통적인 형태의 방송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누가, 무엇을, 언제 볼 것인지 결정하는 문제는 이제 그 주체가 방송국에서 시청자로 넘어왔다. 일방적인 공급이 아닌 쌍방향적이며서 협업 방식의 모델로 진화하였다. 이는 출판계도 유사하다. 과거 막강했던 편집자와 출판사의 권한은 축소되었으며 판매자와 리뷰자가 중요한 역할로 부상하였다.
즉, 수직구조의 산업화 조직은 사용자 중심의 소비자 큐레이션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대부분의 권력은 소비자 큐레이션 모델로 이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모델은 여전히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전의 방송모델이 독재자의 모습이었다면 이제는 가이드 역할을 한다. 각종 콘텐츠 및 미디어, 문화 영역의 선택범위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진 상황에서 우리는 믿을 수 있는 가이드가 꼭 필요하다.
가이드의 핵심은 '신뢰'이다.
진실성과 일관성, 뛰어난 선별 역량과 오랜 시간 축적된 실적이 신뢰라는 지위를 담보한다.
기존 미디어 기업(출판, 방송, 레코드사 등)은 이런 신뢰라는 역량을 바탕으로 소비자와 미디어간의 가이드 또는 소통창구의 역할을 한다.
오늘날과 같은 관심경제(소비자의 관심을 파악한 후 그에 맞는 관심 서비스 등을 제공해 시장을 형성하는 것)시대에는 누가 관심을 통제하느냐가 핵심이다. 방송 모델은 예전과 같은 지위는 보장되지 않지만 이들은 여전히 문화계 관심의 방향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창조성에 대한 생각은 신화적 믿음에서 큐레이션 방향으로 점차 옮겨가고 있다. 또한, 현대에 들어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에 동조하고 있다.
1970년대 '포스트 모더니즘'이라는 용어로 정의된 사회적 변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모더니즘'은 "늘 새롭게 하라(Make it New!)"를 주창한데 반해 "포스트 모더니즘"은 단순히 "만들어라(Make It)"을 내세운다. 포스트 모더니스트는 기존의 다양한 문화적 조류를 새롭게 조합하는 방식으로 이를 수행하였다. 즉, 포스트 모더니즘에서 창조성은 "기존의 것을 활용한 조합과 배치"이다.
포스트모더니즘 이루호 이렇다할 문화적 사조는 등장하고 있지 않다.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에 대서사의 붕괴가 회자되면서 이미 이 같은 상황은 어느 정도 예견됐자.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는 우리에게 '신절충주의'라는 유산을 남겼다.
이는 마치 천으로 조각을 이어가듯 여러 문화의 단편을 혼합하는 방식이다.
오늘날 영화와 책은 끊임없이 리메이크된다. 팝아트가 대중 소비 문화에서 그 형태를 차용해왔다면, 이제는 미술영역 전체가 팝아트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
이제 문화는 일방통행이 아닌 소비자큐레이션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기존의 미디어 기업 중 철학과 가치를 통해 그들의 역량을 키워온 기업들은 소비자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시해주는 가이드의 역할로 그 지위가 변화하였다. 또한, 우리는 미디어의 창조에서도 큐레이션 관점을 적용하여 기존의 문화를 조합하고 새롭게 배치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요약]
- 문화와 미디어 산업은 이제 일방향적 공급 모델에서 소비자 중심의 큐레이션 모델로 전환하고 있다.
- 기존 미디어 기업들은 신뢰와 진실성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가이드 역할을 하는 동시에, 관심경제 시대의 중심축이 되고 있다.
- 창조성의 변화는 포스트모더니즘에서 가르쳐준 '신절충주의' 방식처럼 기존 문화의 조합과 배치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큐레이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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